[연재소설 벽상검 32회/ 3장 군난(軍亂) (8)
[연재소설 벽상검 32회/ 3장 군난(軍亂) (8)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1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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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욱은 주막에서 나와 무위영 갑사로 있는 김춘영의 집을 찾았다. 김춘영은 허욱의 막하였던 인연이 있었다. 허욱은 오군영의 천총 출신으로 무위영에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천총님?"

"잘 있었나? 우리 얼마만인가?"

"오 년 정도 되는가 봅니다. 그런데...?"

김춘영이 쌀 한 자루를 어깨 위에 메고와 마당에 부려놓고 서 있는 이주회를 보고 두눈을 휘둥그래 떴다. 양반 차림에 쌀자루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노부모를 모신다고 들었네. 나는 이주회라 하네. 이 사람 하고는 오랜  친구사이라네."

이주회가 두손에 묻은 먼지를 털며 김춘영을 쏘아 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빛났다.

"사또를 지내신 분이 이 무슨?"

"하하, 사또는 똥도 안 싸나?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밖에 세워둘 건가?"

"아이고 이리 드시죠."

김춘영이 그때서야 빈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집안은 너무도 조용했다.

"잡안이 왜 이리 조용한가?"

허욱이 방에 앉으며 물었다.

"모두 병방 목장에 사역을 나갔습니다."

"병방의 목장에 사역을 나갔다고? 허...군영병방이 자신의 사사로운 일을 시키기 위해 갑사들의 가족까지 동원한단 말인가?"

"이런 죽일놈들!"

허욱과 이주회가 동시에 분노를 표현했다. 군영은 한마디로 썩어 있었다. 군영은 나라의 군대였으나 언제부터인가 척신들의 사금고(?)가 된 지 오래였다. 안동김문과 풍양조문의 득세기에는 그들의 정치적 보위기관으로 존재했지만 민씨척족의 득세기에는 보위기관 대신 자금을 빼내어 쓰는 용도로 전락해 있었다.

"끼니는 어찌 해결하나?"

허욱이 김춘영의 살림을 물었다. 집안 구석구석에 온기와 넉넉함이라고는 한줌도 찾을 수 없었다.

"죽지 못해 사는 거지요. 세 끼 먹고 아홉 끼를 굶는다는 옛말을 실천하며 사는 중이지요."

"다른 갑사들의 삶도 다르지 않겠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군영의 갑사들은 모두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김춘영이 허욱과 이주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울분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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