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31회/ 3장 군난(軍亂) (7)
[연재소설 벽상검] 31회/ 3장 군난(軍亂) (7)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12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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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이 제발 저린다고 민겸호가 기찰들을 잔뜩 풀어 병영촌을 겁을 주는 거야."

허욱이 주모에게 장국밥을 말아 오라 시킨 후 한마디를 했다. 주막 안에는 장정들 몇 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방금전 기찰들에게 당했는지 얼굴에 불쾌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미친놈이지. 지놈이 한 짓은 생각하지 않고 애꿎은 병졸들만 닥달하니 그런다고 불평불만이 가라앉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하하, 맞아. 여러분 안 그렇소?"

허욱이 이주회의 장단을 추임새 삼아 장정들에게 반문을 했다.

"험..."

"아, 헛기침을 할 거 없소이다. 돈도 안드는 말인데 그깟 불평 좀 하면 어떻소이까? 자 내 술 한잔 낼 터이니 한잔들씩 드슈. 여보 주모 저쪽에 술 한잔 내게."

허욱이 주모를 불러 주막안의 손님들에게 술 한잔씩을 돌리게 했다. 사내들이 그제서야 경계심을 풀고 한마디씩 했다.

"나으리들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무위영 갑사시오?"

이주회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요즈음 죽을 맛입니다요."

"밀린 녹봉 때문이오?"

"녹봉도 녹봉이지만 툭하면 노역에 끌려가는 게 더 괴롭지요."

"노역이라면?"

"민씨 일족은 물론 조정의 한다하는 관원들 집안의 허튼일은 모두 군영으로 떨어지고 있으니 원..."

"흠...!"

허욱과 이주회는 동시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주회는 자작으로 술 한잔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별기군에 치어 구식군대로 치부되며 뒷방으로 물러난 무위영 장어영 군졸들은 녹봉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노동력까지 착취 당하는 실정이었다.

조선후기로 오면서 관의 백성들 노동력 착취는 극에 달해 있었다. 관은 모든 국가사업을 백성을 끌어다 부리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다. 사업에 최소한의 노임은커녕 그들의 먹는 식량까지도 자가부담시키는 무법통치(?)가 자행되고 있었다. 특히 이 시대에 야장(철) 세금(금광) 목수 벽돌장 등 기술력이 있는 사람들의 노동력 착취는 도를 넘는 것이여 기술자들이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고 대대로 물려주던 자식들에 대한 기술력 전수를 회피하는 등 폐해가 나타나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우리는 '문인 우대 상공인 하대'라는 조선사를 배우며 조선의 사회기풍이 기술력의 퇴보를 가져왔다고 배운 바 있다. 그러나 조선의 기술력 퇴보는 단순한 사회적 기풍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오류가 있다고 본다. 기술자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던 조선중기까지의 기술력은 나름대로 세계적 수준이었으나 양반 사대부층이 기술력을 단순 착취의 대상으로 삼던 후기로 오면서 완전히 망가진 측면이 더 많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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