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30회/ 3장 군난(軍亂) (6)
[연재소설 벽상검] 30회/ 3장 군난(軍亂)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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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궁을 나온 이주회와 허욱은 동대문을 거쳐 왕십리로 갔다. 왕십리는 널은 벌판을 흐르는 개울을 끼고 게딱지 같은 초가들이 십 리는 늘어져 있었다. 열 집에 다섯 집은 양영(兩營)의 사졸(士卒)들이었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올라와 도성에서 품을 팔아 먹고사는 일반 백성들이었다.

"합하를 다시 모셔야 하네."

이주회가 게딱지 같은 초가들이 밀집된 골목길을 빠져 나오며 말했다. 공터 부근에 주막을 표시하는 백등이 하나 걸려 있었다.

"암, 합하가 아니면 누가 나라를 건사한단 말인가? 암!"

허욱이 장단을 치며 주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그들을 막아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날래 보이는 몸매와 찢어진 눈매가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 명이었다.

"뭐하시는 분들이시오?"

"뭘하면? 임자들은 누군가?"

허욱이 앞으로 나서며 반발을 했다. 왕십리 뒷골목을 누비는 왈짜들은 아닌 듯했다.

"우리는 무위영의 기찰(刑兵)올시다."

"군영 기찰이 먼 볼일이 있는가?"

허욱이 가당치 않다는 듯 반문을 했다.

군영에는 헌병격인 형대(刑隊)가 있었고 그들은 군내부의 형사사건에 대응하고 있었다.
조선의 육군의 편성은 군영(軍營)이란 단독작전을  벌일수 있는 사단급 부대를 중심으로 한 체제다. 대(隊) 기(旗) 초, 사(師)로 편제된 영(營)은 작전권을 행사하는 대장과 재정 및 감사권을 행사하는 '병방'이 있고 이들 밑에 실제적인 전쟁 수행자인 중군(中軍)이 있다.
영은 보병, 마병,헌병, 의료, 군수, 종군, 수의관, 군악, 화포부대로 일사분란한 전쟁 수행체제를 가추고 있었다. 조선은 수도권 부근에 오군영을 설치하고 의주와 울산 경흥에 삼영을 더 두어 국토방위에 임하고 있었다.

조선은 의금부 포도청 외에도 형조 사헌부 한성부 그리고 각 군영에 경찰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중구난방인 경찰조직은 백성들의 민폐로 돌아오기 십상이었다.

"위수지역에 불온한 무리들이 있어 기찰이 강화되었으니 협조 좀 해주셔야겠소이다. 호패 좀 보여주시오."

기찰이 눈을 반짝이며 허엽을 쏘아보았다.

"보여주지. 이것이 나의 군패일세."

허욱이 허리춤에서 군패를 꺼내 보여 주었다. 허욱 또한 금군에 소속된 장교였다.

"오? 선전관께서 어찌 이런 너저분한 곳을...?"

기찰이 군패를 되돌려주며 이주희를 돌아다 보았다.

"나의 동무일쎄. 관원출신이니 신경쓸 거 없네."

"하하, 그러시군요. 금군은 형편이 좋지요? 녹봉 잘 나오고...한잔 하시고 가보시죠."

기찰이 갑자기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저것을 귀찮게 굴어 엽전 몇 냥을 갈취하려던 기회(?)가 사라진 것이 아쉬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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