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28회/ 3장 군란(軍亂) (4)
[연재소설 벽상검] 28회/ 3장 군란(軍亂)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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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수가 말하는 문란해진 군영은 무위영과 장어영 양영(兩營)을 말하는 것으로 그들은 별기군과 구별되어 구식군대라 불리던 부대다. 조선은 전통의 오군영을 양영체계로 바꾼 것은 1880년 진행된 관제개혁 때였다. 조선은 청나라의 총리아문을 본떠 '통리기무아문'을 설치한다.

통리기문아문은 '사대' '교린' '군무' '변정' '통상' ''군물(軍物)' '기계(機械)' '선함' '이용(利用)' '전선(典選)' '기연' '어학' 등 12사(司)를 두고 개화행정을 담당하게 하는 한편 별기군의 창설과 함께 오군영을 해산하고 양영을 설치한 것이다.

문제는 별기군에 비해 차별을 받는 양영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때 마침 허욱(許煜)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선전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대원군의 충복 중 한 사람이었다.

"합하?"

"오? 잘왔어 앉아."

허욱이 대원군에게 인사를 하고 이주회를 발견하고 씨익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은 다혈질이란 공통점으로 평소 잘 통하는 사이였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그래, 자네는 어찌 생각하누? 군영말이야."

"아. 무장 말씀이시지요? 목불인견입니다. 장졸을 가리지 않고 불만이 가득하고 사기는 똥통이옵니다."

허욱의 말이 거침이 없었다. 기골이 장대하고 구레나룻 수염이 성성한 사내였다.

"하하. 허욱의 말이 걸작이옵니다. 합하."

이주회가 원군을 만난 듯 바짝 기를 세우고 끼어들었다.

"합하, 민가들이 너무 설칩니다. 모든 문제는 그곳에 있습니다."

허욱이 민씨 일족을 거론했다. 민비를 정점으로 한 민씨 일족의 발호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민씨는 여흥민씨로 소위 조선을 떠받들던 10대 국반의 하나로 구한말의 최대 벌족이다. 

여흥(驪興)은 경기도 여주의 옛 지명으로 1305년 여흥군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후 1469년 조선 예종 1년부터 여주목으로 불린 곳이다. 이곳에 기반을 둔 여흥민씨는 조선조 원경왕후 민씨, 인형왕후 민씨, 명성왕후 민씨, 순명후왕후 민씨 등 4명의 왕비를 배출하며 수많은 명신을 배출한 집안이다.

"하하, 불만이 그 정도란 말이지?"

대원군이 무릎을 세우며 흥미를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을 앞으로 바짝 당겨 앉으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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