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25회/ 3장 군란(軍亂) (1)
[연재소설 벽상검] 25회/ 3장 군란(軍亂) (1)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9.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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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은자의 나라였다. 은자의 나라는 잠든 나라다. 죽어 관 속에 누워 땅속 깊이 잊혀진 사람도 조선만은 하지 않았다. 정조가 있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군왕으로 칭송되는 인물이다. 정조는 개혁가이자 혁신가라 말한다. 조선후기 가장 탁월했던 학자라고도 한다.

이런 정조는 지구가 돈다는 말을 듣고 "그렇다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낙옆처럼 우수수 떨어질 거 아닌가?" 하며 손을 내젓는다. 서양에 보편적 상식이 된 만유인력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정조니 탓할 일은 아니다. 이 지전설(地轉說)이 1867년 최한기에 와서야 설명되고 이해될 정도로 조선의 과학(?)은 뒤떨어져 있었다. 1867년은 대원군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대다.

은자의 나라 조선의 마지막 정객 대원군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고 그중 한 사람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는 이주회(李周會)였다.

"합하께서 허락을 해준 것으로 알고 일을 추진하겠나이다."

"끄응."

"합하?"

이주회는 대원군을 바라보며 즉답을 촉구했다. 이주회는 대원군이 신임하던 무인이다. 그는 오군영의 오위장 출신으로 대원군의 지음을 얻어 영일군수 등을 역임하다 지금은 한량으로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임자 말도 들어보세."

대원군은 이주회 옆의 윤형수(尹炯壽)를 지목했다. 윤형수는 병조의 아전으로 대원군의 우군이다. 대원군은 집권시절 실무에 밝은 아전들을 우대하고 중용했다. 한때 운형궁에는 육조의 여섯 아전을 상주시키고 행정실무를 전담케 한 적도 있다.

"별기군이 생기고 나서 양 군영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더구나 부족한 보급으로 대놓고 조정을 욕하는 지경입니다."

"병졸들이 대놓고 조정을 욕한다고? 허허..."

대원군이 서안(書案)을 손바닥으로 치며 한탄을 했다.

"합하, 그러기에 뒤집어야 한다니까요? 소인이 앞장을 서겠습니다."

이주회가 두 눈에 불을 켜고 끼어들었다. 이주회는 대원군 인생에 가장 충직하고 강단 있는 충복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다. 임오군란의 주모자이며 갑신정변에 참가해 금문도에 유배를 당하기도 했으며 동학토벌에 공을 세워 신원되었다가 민비 암살에도 가담, 끝내 효수당한 파란의 인물이기도 하다.

역사는 '천하장안'을 이끌고 무소불위의 정치를 한 파락호 출신으로 대원군의 상을 만들었지만 사실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 대원군은 결단코 파락호 시절을 보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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