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24회/ 2장 박회(博會) (12)
[연재소설 벽상검] 24회/ 2장 박회(博會) (12)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9.27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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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문제군."

김옥균은 사인거를 뒤따라오게 한 후 밤길을 걸었다. 이규완이 뒤를 바짝 따랐다.

"문제야."

김옥균이 연신 탄식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입맛이 썼다.

"이조년이 문제라면서?"

김옥균이 이규완에게 질문을 했다.

"그자 밑에 한다하는 드잡이들이 여럿 모여 있습니다. "

"행동으로 나설까?"

김옥균은 이동인의 신변보호를 이규완에게 맡겨 놓고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이동인의 행동이 경망(?)하기는 해도 그것이 테러의 빌미가 될 정도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김홍집의 분노가 이만저만 아닌 모양입니다. 막하들이 선수를 쓸 수도 있을 테지요."

"막하들이?"

"밥값을 해야 할 거 아닌지요. 그것이 막하들이 사는 방법이니까요."

"끄응 골치 아프군. 골치 아퍼."

김옥균은 신음을 토하며 밤길을 걸었다. 어느새 밤이 가득 내려와 도성안의 민가를 감싸고 있었다. 민가의 들창에 깜박거리는 불빛이 여기저기 보였다. 속내야 어쨌든 백성들의 삶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어느 집에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자장가였다. 은은하고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내가 사내아이를 낳으면

침상에서 재우고

옷을 입혀서

규옥을 가지고 놀게 하는데

울음소리 우렁차고

붉은 폐슬 찬란하네.

가문 일으킬 장부되겠지.

(시경 소아편)

"아, 저 초라한 집에 가인(佳人)이 있구나. 시경을 아니 문장이고 목청이 옥구슬 구르니 가객이로다."

김옥균은 길가의 초라한 초막의 들창 앞에 서서 말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낙엽이 한줌 쓸려와 발밑에 포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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