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껍데기 문화정책은 가라 공주시 대통사지 문화유산 석조물 훼손 심각
[기획] 껍데기 문화정책은 가라 공주시 대통사지 문화유산 석조물 훼손 심각
  • 석용현 기자
  • 승인 2020.09.2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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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을이 되면, 농촌에서는 추수 열매를 거두고 껍데기는 버린다. 공주 지역의 특산물 밤이 그렇다. 문화유산자원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백제문화권의 중심, 공주시는 웅진백제시대의 문화유산자원들이 도시의 박물관을 이루듯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자원의 하나가 공주 역사문화 공간의 중심에 있는 대통사지다. 

이 대통사지는 충청남도 공주시 반죽동 제민천 변에 있는 백제 시대의 절 터다. 대통사는 백제의 성왕이 527년(성왕 5) 또는 525년(성왕 3)에 왕권 강화를 위해 지은 사찰이다. 대통사의 창건 목적에 대해서는 527년 중국 남조 양나라 무제를 위하여 지었다는 설과 525년 아버지 무령왕의 명복과 아들 위덕왕의 건강을 위해 『법화경(法華經)』의 대통불을 모셨다는 설로 나뉘어 있다고 삼국유사 기록에 전하고 있다.  본 주필은 대통사지 석조물을 알기 위해 국립공주박물관을 탐방하였다. 국립공주박물관 정원에는 백제 석공의 혼이 담긴, 공주 대통사지 석조(石槽) 2점, 보물 148호 석조(왼), 보물 149호 석조(오)가 전시되어 있다. 석조란 돌을 깎아 만든 구유모양의 큰 그릇이다. 본래 절의 대웅전 앞에 놓이며 물을 담아 연꽃을 키운다하여 석연지(石蓮池)라고도 불린다.

이 석조가 발견된 공주시 반죽동(班竹洞) 일대에는 대통사(大通寺)라는 큰 절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지금은 통일신라시대 때 만들어진 당간지주(幢竿支柱)만이 홀로 절터를 지키고 있다.

대전대학교 역사문화학과 이한상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대통사지 출토로 전하는 이 2점의 석조는 조각솜씨나 형태로 보면, 당초 1쌍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은 ’중동석조(보물148호)’ ’반죽동석조(보물149호)’라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1940년 석조를 박물관으로 옮길 당시 1점은 반죽동의 대통사지 부근에 있었고, 다른 1점은 일본 헌병대가 주둔하던 중동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동석조는 일제 헌병대에서 말구유로 쓰려고 절터로부터 옮겨간 것이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말이 먹이를 쉽게 먹도록 석조 몸체의 윗부분을 깨트려내기까지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문화침탈이 얼마나 무자비하였는지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석조의 몸체를 구성하는 돌은 크고 육중하지만, 연꽃이 새겨진 받침 위로 오르니 금강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날아갈 것처럼 보인다.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를 정과 망치로 다듬어 내어 이처럼 빼어난 석조를 만들려면 백제석공의 혼이 스미지 않고는 가능치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 석조물이 던져주는 이미지는 ’백제인의 문화사랑’ 그 자체라 하겠다. 이 백제문화유물에는 석공의 솜씨에 더하여 그가 살던 백제사회의 분위기도 한 몫 단단히 하였을 것이다. 당시의 백제사회는 무령왕 대를 거치면서 상당히 안정되었고 그의 뒤를 이은 성왕 대는 바야흐로 백제가 중흥을 맞이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사지에는 통일신라의 당간지주와 많은 문화유산 천년바위 대통사 관련 석조물들이 주변 나무 아래 즐비하게 방치되어 있거나, 당간지주 옆 토지 위에 수십 년동안 방치되어 비바람을 맞고 있다는 소중한 문화유산 훼손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새 천년 문화유산 석조물 중에는 금이 가거나 마모되는 현상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가을에 대통사지 당간지주와 수많은 석조물을 보고 있노라니, 백제문화권 부여 출신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라는 시상이 바람을 타고 전해온다. 이 시 한 편을 옮겨 본다.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 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정리하면 문화도시를 꿈꾸는 공주시의 문화정책 껍데기는 가라. 공산성과 무령왕릉을 중심으로 하는 백제문화유산이 있기에 세계문화유산도시의 위상을 가진다.

따라서 세계유산을 가진 백제문화권의 관광도시, 공주시의 문화정책에 대한 허상과 실상을 면밀히 진단하고 대응정책을 강구해야 하는 정책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현실이다. 이 백제시대 대통사지의 당간지주와 석조물은 그 가치에 있어서 올바로 평가받고 관리되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위대한 백제인의 혼이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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