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16회/ 2장 박회(博會) (4)
[연재소설 벽상검] 16회/ 2장 박회(博會)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9.1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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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체(國體)의 중심을 개화파가 잡아야한다는 말은 위험천만한 말이었다. 이 말은 반란은 아니더라도 정치적 환국(換局)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말을 듣고 전하기에 따라서 역모로 변질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 말은 고균이 조금 앞서간 듯합니다. 고균의 말은 당금의 정치 세력을 자중시켜야 한다는 말 아닌지요?"

박영효가 제동을 걸고 나왔다. 한번 직언을 하면 거침이 없는 김옥균을 잘 아는지라 김옥균에게 주의를 준 것이다. 그러나 김옥균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지요. 지금은 비상시국으로 좌고우면할 때가 아닙니다. 이제는 결단을 해야할 때입니다. 개화당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결단의 첫번째 시작입니다."

"맞습니다. 이것저것 눈치만 보다가는 고균의 말대로 때를 놓치기 십상이지요. 지금 조선에서 개화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됩니까? 한줌도 되지 않는 개화당마저 합심이 안되는 것은 문제입니다."

김옥균의 말에 동조를 하고 나온 것은 서재필이었다. 서재필은 별기군의 장교로 김옥균의 충직한 우익이었다.

"좋은 의견일세. 그렇다면 고균? 개화당을 하나로 결집시킬 좋은 방안이라도 생각해 보셨는가?"

유대치가 김옥균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모든 개화당의 인사들이 무엇이 되겠다는 허명부터 지우고 조선을 살리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불과 수십 인에 불과한 개화의 인사들이 둘로 셋으로 갈라져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입니까? 그 점은 저부터 반성을 합니다. 세상이 개화당의 영수네 뭐네 하며 저를 치켜 세우는데도 만류하지 않고 그 허명을 즐긴 불찰이 있습니다. 반성합니다."

"으흠..."

김옥균은 자아비판을 했다. 좌중은 침묵으로 그의 반성을 지켜보았다. 조선의 개화당은 생긴 지 수년 만에 박규수계열과 유대치계열로 나뉘어 그 안에서 김옥균, 김홍집, 김윤식 등의 제파로 복잡하게 갈라져 있었다. 그들은 개화의 이름 아래서도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고균이 말을 꺼냈으니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동인을 자중시켜야 합니다. 그가 일으키는 분란이 가장 큽니다."

유지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는 성균관 유생 출신으로 유대치와의 친분으로 들어온 인물로 좌중에서 가장 연장자였다.

"유공의 말이 맞습니다. 이동인과 김홍집 간의 볼썽 사나운 갈등이 장안에 파다한 것은 개화당의 망신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동인 그 사람 도무지 예의를 모르는 사람 같소이다."

유지원의 말에 여러 명이 동조를 하고 나왔다. 유대치의 사랑방 좌담은 백화쟁명이었다. 역관부터 왕실의 부마도위인 당상관까지 참석자들의 신분은 천차만별이였으나 사상과 철학의 공유로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 개화당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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