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211회/ 31장 못다한 말들 (1)
[연재소설 청룡도] 211회/ 31장 못다한 말들 (1)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8.1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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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언제나 여명과 마주친다. 여명은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이며 사물이 세상과 소통하는 장(場)이다. 1812년 4월18일 새벽 북장대(北將臺)가 무너지며 관군은 미친 듯 성안으로 밀려들어 온다. 서장대 쪽에서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홍경래였다. 그는 대여섯 명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무너진 북장대로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관군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수발의 조총탄에 사망한다.

"와!"

홍경래의 죽음을 확인한 관군은 순무영의 선봉기를 성벽에 걸고 독전을 한다. 북장대는 완전 주저앉아 있었고 성벽 사방에 건 운제를 타고 순무영의 전 부대가 도성(渡城)을 한다. 정주성의 완고하던 방어선이 완전 무너진 것이다. 관군이 성안으로 들어오자 반군은 성의 서쪽 모서리로 밀려 독안의 쥐의 형세가 된다.

홍경래의 사망은 반군의 치명타였다. 반군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한다. 홍총각, 김이대, 윤언섭, 양시위 등 제장들이 생포되고 이희저, 우군칙은 성벽을 넘어 도주를 한다. 역사를 마음껏 농락(?)하는 사람들은 홍총각이 죽은 홍경래의 시체를 끌어안고 애도를 한 후 칼을 휘두르며 장렬히 싸우다 전사하는 장면을 창작하지만 사실의 홍총각은 생포된다.

관군은 성안으로 들어온 지 만 하루를 살육과 방화 그리고 강탈과 강간의 축제(?)를 벌인다. 윤효원은 적당의 머리 하나에 은자를 걸고 압수품은 압수자의 몫이란 달콤한 보상책을 군령으로 내려놓은 상태였다. 지난 4개월을 노천에서 고생을 했던 관군은 미친 개처럼 정주성을 유린했다. 이날 하룻동안 수천 명이 사망한다.

정주성은 19일 아침에 완전 평정된다. 전장은 제병관 윤효원의 손에서 양서순무사 이효헌의 손으로 넘어간다. 행,사,군권이 이효헌에게 있는 탓이었다. 이효헌은 행정관이자 정치가다. 그는 살아남은 정주성의 모든 성민을 한곳에 집결시킨다. 그 수가 2983명이었다.

이효헌은 이들 중 여자들을 모두 간추려낸다. 여자는 842명이었다. 그리고 남은 남자들 중 10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을 간추려낸다. 224명이었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1917명이었다. 이효헌은 이들을 일별하고 지시를 내린다.

"저들 모두를 군령으로 참한다."

군령은 순무영의 살수(창,칼)들이 맡았다. 살수 1백 명이 휘두르는 칼에 1917명의 머리가 간추려지는 시간만해도 하루가 꼬박 걸렸다. 참수도 단순 참형이 아닌 각기 형률에 따른 것이었다. 순무영은 정주성 바깥에 효수한 반군의 머리를 늘어놓고 칼을 씻는 세병식을 거창하게 거행한다. 군악대의 음악과 종군(승려)의 귀신탄(嘆)행한 후 지방군의 해산과 순무영의 귀대로 홍경래의 난이 끝난다.

순조는 개선을 하는 순무영에 교시를 내린다. 충을 해한 군의 장거를 치하한다는 것이다. 충과 역은 한끗 차이다. 역사 안에서 충과 역은 허망하다. 순조는 청의 난평정 요구에 자신의 백성들로 자신의 백성을 치는 것이 고민이다 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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