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205회/ 30장 최후의 증인 (2)
[연재소설 청룡도] 205회/ 30장 최후의 증인 (2)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8.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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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래는 막사에서 나와 성안 민가를 돌아보다 자신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왔다. 홍경래의 가족은 박천에서 모두 정주로 옮겨와 있었다. 초가에는 모두 불이 켜져 있고 선아의 방에만 초롱불이 반짝이고 있었다. 글을 읽는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글 읽는 소리였다.


남쪽 둑은 수양버들

북쪽 성밑에는 꽃이 피었지요.

모든 집은 잠든 듯 고요하고

달빛은 밝기도 해라.

다락방의 어떤 여자는

노래를 부르고

천리길 돌아갈 나그네는

이밤 어디쯤 가고 계실까요.


천리귀심금야야(天里歸心今夜何)란다. 홍경래는 마지막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인기척을 느끼고 선아가 먼저 방문을 연다.

"장군님?"

"니가 지은 노래더냐?'

"아뇨. 옥봉 선생의 시네요."

"옥봉선생?"

"네. 신광한이라고 임진란 때 인물인데 당대의 삼대시인이라 하던 분이네요."

"오, 그렇구나. 선아야, 밤이지만 산책이나 하자꾸나."

선아가 두말 없이 방에서 나와 홍경래를 따랐다. 마을에서 서장대로 가는 방향에 있는 정자가 나오자 홍경래는 걸음을 멈추고 정자로 오르는 계단에 앉는다.

"선야야, 너는 똑똑한 아이다. 이제 우리가 헤어질 순간이 온 것도 알 것이다."

홍경래가 선아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선아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듯했다.

"장군님...."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희설을 만들어주지 못해 그도 미안하다."

"아뇨, 장군님은 이길 수 있네요. 장군님은 용기가 있는 사내잖아요? 저도 홍단의 동지들과 함께 할 테니 미안타는 말은 적절치 않군요."

선아는 두 주먹을 쥐어 보이며 자신의 마음가짐을 말했다. 생사를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어린생각에 동귀어진을 각오했다는 것이 홍경래는 가슴 든든하고 한편으로는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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