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202회/ 29장 통곡의 정주성 (6)
[연재소설 청룡도] 202회/ 29장 통곡의 정주성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8.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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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1월5일 첫 전투를 시작하여 2월말까지 다섯 번의 큰 전투와 수십 번의 소규모 전투가 정주성의 동문 서문 북문 3문에서 들쑥날쑥했다. 성은 서서히 고립되고 있었다. 관군은 공략에는 실패했지만 결사적인 봉쇄작전이 조금씩 효과를 보면서 관군은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외부와 고립되고 있음을 간파한 반군은 2월26일 밤 모든 성문에 불을 밝히고 서장대 위에 모여 풍악을 놀며 관군을 교란하며 북문으로 수명의 첩자들을 암행시켜 순안과 평양으로 침투, 관아와 시장거리를 불태워 관군의 후방을 교란하는 양동작전을 전개한다.

그러나 시간은 반군의 것이 아니었다. 보급로가 없는 반군의 군수물자의 부족은 반군의 큰 약점이었다. 달리 방법이 없던 홍경래는 3월8일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다. 성안에 포위된 지 68일 만이었다. 엄동설한은 지났다고 하나 서북의 3월밤은 추웠다. 공격은 새벽 여명과 함께였다.

정주성의 서문이 열리면서 우군칙과 홍총각이 이끄는 각각 2초(240명)의 부대가 소리없이 성문에 가장 가까운 두 개의 부대의 목책을 부수고 돌진했다. 먼저 화약으로 화공을 가하고 막사에서 나오는 관군을 주살(?)하는 것이 작전이었다. 어둠 속의 육박전은 피아를 구별하는 사전 약속된 전략이 없다면 대규모 부대가 크게 당하게 되어 있다. 이런 경우 같은 아군끼리 서로 죽이는 일이 동서양 전사에 허다하다.

서문 앞에서 큰 교전이 벌어진 것을 간파한 관군은 지원군을 주변으로 출동시키고도 함부로 돌진하지 못하고 전황파악을 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성으로 철군하는 반군의 철수로를 확보하는 작전도 여의치 않았다. 전투지와 거리가 길지 않았고 성 앞에 반군의 후원군이 나와 있었다.

이 전투에서 관군은 2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반군의 피해도 60명에 달했다. 관군은 장수 이정량과 의병장 허항이 전사하는 대패였다. 관군은 큰 충격을 받는다. 관군의 충격은 전투의 패배뿐만이 아니었다. 조정의 조치가 더 큰 충격이었다. 그것은 순무영중군이자 평안도 병마사인 박기풍의 군령권 삭탈이었다. 박기풍은 백의종군이었다.

후임은 '윤효원'이었다. 그는 교활한 성품에 잔인한 사람이었다. 박기풍이 정통 야전군이라면 윤효원은 정보 수사통으로 심리전에 능했다. 유효원은 현장에 도착한 즉시 전 부대를 뒤로 천 보씩 후퇴를 시키고 성안으로 수많은 연을 띄워 보낸다. 연마다 작은 쪽지의 유문이 수십 장씩 붙어 있었다.

-이것을 들고 성을 빠져 나오면 사면한다. 홍가등 두령급 목숨을 취해오는 자 천금의 상금을 내린다.

부대를 뒤로 물린 것은 시도때도 없이 야습을 나오는 반군의 공세를 피하고 유문공세는 성안의 단합을 깨는 심리전이었다. 윤효원의 이 작전은 큰 효과를 본다. 홍경래는 또한번 피습을 당한다. 반군의 식량조달책으로 활동하던 이침(李琛)이 서장대 앞에서 홍경래를 조총으로 저격한 것이다. 총탄은 홍경래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침은 집이 정주였고 원래 지역의 부호로 반군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물이어서 반군의 충격도 컸다. 이침은 참수되고 이침의 가족들까지 도륙된다. 그만큼 반군의 충격이 컸다는 뜻이다. 이 대목을 어떤 소설가가 홍경래의 담대함을 그린다고 이침과 그 가족을 용서하는 것으로 묘사한 사람도 있다. 물론 그도 원기록은 보지 않고 정주지 등 간략본을 유추한 추리일 것이다.

이때부터 정주성의 살림은 극도로 피폐해진다. 관군은 뒤로 물러나 전혀 전투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반군은 밤을 이용해 소규모 부대를 계속 내보내 관군을 자극했지만 관군은 목책 안에서 방어만 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안의 식량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이때 관군에서 사람이 왔다.

"아니?"

홍경래는 관군의 전령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령은 오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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