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95회/ 28장 순무영(巡撫營) (6)
[연재소설 청룡도] 195회/ 28장 순무영(巡撫營)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7.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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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에서 패배를 한 홍경래군은 진을 정주성 쪽으로 옮기게 된다. 박천 가산 방면에서 나온 홍경래군이 정주방향으로 후퇴를 하자 관군은 박천 가산으로 병력을 이동하여 순식간에 다복동과 박천 가산을 수복(?)한다. 이때 관군은 커다란 실수를 한다. 그것은 송림전투에서 거둔 승리에 도취한 엄청난 전략적 실수였다.

관군은 아직 일반 백성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던 반군의 약점을 보충(?)해 주는 역효과를 낸다. 그것은 관군의 통제되지 않는 행태였다. 다복동 박천 가산으로 진입한 관군은 이틀 밤낮을 살인 방화 그리고 약탈 강간으로 새웠다. 적당토벌이 명분이 되어 거칠 것이 없었다. 더구나 지휘자가 이미 반쯤 미쳐 있던 이영식이었다.

12월29일자 '진중일기'에는 이 날의 행태가 사실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송림의 적당을 토벌했다. 말과 장비를 버리고 도망친 적당을 진두(정주 근방)까지 추격했다. 부대를 나누어 다복동으로 진격, 그곳을 완전히 불태우고 박천 가산까지 들어가 소굴을 모두 태워버렸다. 남녀노소를 불문, 죽은 자가 헤아릴 수 없었다. 겨우 목숨을 건진 자들이 도주하는 홍경래를 따라 정주성으로 들어갔다.)

진중일기는 이해우가 쓴 것이다. 관서평란록 속에 편철된 책이기도 하다. 관서평란록은 안주목사 조종영이 쓴 것이란 말은 한 바 있다.

송림전투가 끝나고 부대를 재정비한 이해우는 조종영과 본영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이때 조종영은 안주목사에서 물러나 함경병마군의 재정 책임자인 '병방'으로 자리를 옮겨 이해우를 지원하고 있었다. 안주목사로는 젊고 날랜 무장 '신대영'이 내려와 있었다.

"순무영군이 성밖까지 도착해 있다지요?"

조종영이 이해우에게 말했다. 이해우는 반상을 노려보며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하하, 장군..."

"아, 제가 잠시 바둑수에 몰두했나 봅니다. 뭐라 말씀하셨는지요?"

이해우가 조종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영식을 장수로 쓴 것은 묘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가 조금 지나쳤던 듯합니다."

조종영이 박천 가산을 수복하고 분탕질을 한 이영식을 거론했다.

"하하 영감, 바둑은 기보대로 되지만은 않습니다."

"등단필구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장수에게 패배는 전쟁 중에 늘상 있는 것이듯 과오도 그런 것입니다."

이해우는 이영식을 감싸고 들었다. 등단필구나 병학지남은 조선의 무장의 필독서다. 병법서에는 바둑을 빗댄 사례들이 무수히 많다. 등단필구의 서문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장수는 선택에서 시작하여 임용에서 끝난다. 장수의 생명은 전장에서의 작전권이다. 訓은 장졸에게 행하는 강의다. 練은 숙련과 연습이다. 오늘날의 훈련의 전범이 있고 병법의 운용도 중요하지만 병법에만 매달리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니다.

병법에만 너무 매달리는 것은 '기보'를 따라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 기보가 모든 바둑수를 다 표현하지 못하듯 병법도 전장의 변화무쌍함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

정석을 습득하되 정석대로 바둑을 두지 않는 것, 한마디로 병법의 요체가 바둑으로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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