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93회/ 28장 순무영(巡撫營) (4)
[연재소설 청룡도] 193회/ 28장 순무영(巡撫營)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7.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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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총각은 말잔등 위에서 화살을 난사하며 일단의 기마대를 몰아 관군의 중앙을 헤집고 들어왔다. 기마군은 40필 정도의 약소한 위력이었으나 뒤를 바짝 따라오는 조총부대의 순차발사가 결정타가되어 진(陳)을 벌여놓고 있던 관군의 중앙이 무너져버린다.

"퇴각하라."

"퇴각!"

소라소리와 함께 관군이 일사분란하게 퇴각을 했다. 관군은 송림에서 천여 보를 뒤로 후퇴하여 다시 진열을 정비했다.

"저 자가 홍가인가?"

이해우가 송림이 전체적으로 내려다보이는 망루에 앉아 전장을 주시하다가 비장에게 물었다.

"홍가는 아니고 막하 중의 한명입니다."

비장이 홍경래군의 정보가 담긴 책자를 넘기며 대답을 했다. 관군은 난이 반발한 지 수일 만에 홍경래군의 내부사정을 거의 정탐해 내는 기민함을 보인다.

"그래. 이영식, 이영식은 어딨나?"

이해우가 망루 아래에 대기하고 있던 이영식을 불렀다. 곽산에서 가족을 잃고 단신으로 빠져나온 곽산군수였다.

"부르셨는지요? 장군!"

이영식이 망루 위로 바람처럼 뛰어올라왔다. 갑주대신 관장들이 입는 평복에 칼을 차고 있었다. 그는 죄인(?)이기도 했다. 적당에 자신의 관리지역을 빼앗긴 것이다.

"그대를 후원장에 임명한다. 예비군 일천 기를 몰고가 적의 후방을 쳐라. 할수 있나?"

"장군, 죽을 각오로 임하겠나이다."

이영식이 보직도 없이 전쟁판을 눈치를 보고 있다가 일천 기의 독전관이 되자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의 입에서 붉은피가 흘러내렸다.

"나가라."

이해우는 이영식에게 군령을 주고 전쟁을 독려했다. 반군의 거침없는 공세에 최초로 펼쳤던 진을 허무는 수모(?)를 당한 이해우는 이영식의 투입으로 곧바로 전장의 흐름을 뒤바꾼다. 실제로 이영식이 이끄는 부대가 홍경래군의 배후로 돌아 공세를 가하자 반군은 우왕좌왕하다 진을 송림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게 된다.

"이영식이 지나치게 나가면 회군령을 내려라. 그리고 각부대의 장수들을 본영으로 소집하라."

이해우가 비장에게 다음 작전을 지시하고 망루에서 내려와 말을 달려 전선의 최일선으로 나갔다. 그의 경험상 첫날 전투는 이것으로 끝났다. 이날의 전투는 반군과 관군이 각자 승기를 잡은 것으로 서로의 생각이 달랐다. 실제로 양쪽의 피해와 전과는 대동소이하다.

기록으로 보이는 이 전투에 동원된 관군의 병력은 대략 3천 명으로 파악된다. 용장 이해우를 필두로 장용영 무술교관 출신 '이해승'이 240명을 이끌고 송림 동쪽에 진을 치고 함종부사 '윤육열'이 끌고온 460명이 서쪽을, 그리고 중앙을 순천부사 '오치수'가 이끄는 부대가 맡고 후방을 이해우가 1200명의 병사들을 밀집대형으로 집결시켜 놓고 있었다.

남북군으로 양분된 홍경래군의 병력은 대략 2천. 한때는 1만 명씩 몰려다니던 일반백성들을 제외한 순수한 병력 2천은 반란을 일으킨 지 며칠 만에 이해우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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