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88회/ 27장 홍경래 (6)
[연재소설 청룡도] 188회/ 27장 홍경래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7.13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끊기고 난리가 났다는 급박한 소문이 서북지역 전체를 공동화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출정을 개시한 18일 밤중으로 홍경래가 발령한 격문이 서북 10군의 군수들에게 직접 전해졌고 42관 곳곳에 뿌려졌다. 격문의 집필자는 김창시였다.

(평서대원수는 급히 격문을 띄우니 관서의 유지 및 가족들과 공사천민들은 모두 이 격문을 귀담아 들으라. 관서는 옛날 '기자'의 터요 단군시조의 고향으로 머리 좋은 사람이 많고 문물이 번창한 고장이다. 임진왜란 때 나라의 중흥시킨 공이 있고 병자호란 때는 '정봉수'가 충성을 다했고 선우협과 홍경우 같은 선비가 배출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조정이 서북을 버림은 똥오줌과도 같다. 심지어 권문세가의 노비들도 서북을 평한(平漢)이라 부른다. 서북의 사는 자 어찌 원통하고 억울하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급한 일을 당하면 서북에 손을 내밀고 서북의 문물을 빌려 쓰고 그때마다 서북인은 그들의 요구를 저버린 적이 없다.

오늘날 나이어린 임금을 두고 김조순 박종경의 무리가 나라를 농단하니 하늘이 우박을 내리고 지진이 일어나 재앙이 없는 때가 없으니 해마다 흉년이고 고을마다 굶주려 부황든 백성들이 늙은이와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있다. 겨우 산사람도 경각에 다다른 목숨이다.

그러나 하늘이 도와 성인이 선천 검산 일월봉 아래 가야동 홍의도에서 나셔 어려서부터 신령하시더니 장성하여 중국에 들어가 공부하고 강서사군을 근거지 삼아 황명(명나라 황제)의 유족을 거느리고 십만 철기군을 거느리게 되셨다. 성인은 조선의 부정부패를 척결하실 생각이시다. 그러나 이곳이 기자 단군 등의 활동지라 차마 치지 못하고 관서의 호걸들로하여 대신케 하신 것이다.

백성들을 구할 것이다. 의로운 기치가 이르는 곳이 참임금을 기다리다 살아난 곳이 아니겠는가. 오늘 격문을 띄워 먼저 열분의 군후(관장)에게 알리노니 요동치 말고 성문을 활짝 열어 우리 군대를 맞아라. 항거하는 자는 철기 5천으로 밟아 무찔러 남기지 않을 것이다. 속히 청명을 거행하라.)

관서평란록 정용행공초에 나오는 격문은 대의명분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대신 지역차별을 명분으로 들고 있고 황당하게도 망한 지 2백년이 지난 명나라의 황제를 거론하며 거사의 명분을 삼은 것은 아이러니다. 필자는 이 격문이 사실의 격문인지 그것이 의심된다. 그러나 역사적 자료 속에 한줄도 손상되지 않은 전문이 살아 있으니 일단 인정을 하는 입장에서 격문을 검토할 필요를 느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