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87회/ 27장 홍경래 (5)
[연재소설 청룡도] 187회/ 27장 홍경래 (5)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7.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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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밤이었다.

다복동의 넓은 들판에는 수백 개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횃불과 횃불 사이에는 수많은 인마의 그림자가 총총했다. 들판의 중앙에는 널다란 연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단상에는 홍경래를 비롯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칼을 어루만지며 앉아 있었다.

단하에는 수천 개의 기치창검이 운집해 있었다. 모든 병사들은 이마를 붉은 수건으로 질끈 동여메고 허리에는 백목을 3척(三尺)씩 끊어 요대로 감고 있어 한 부대의 면모가 여실했다. 부대는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평서대원수(平西大元帥)의 대장기의 좌우로 북진군과 남진군으로 대오가 편성된 양 부대는 엄숙한 군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대장기 옆에는 두 개의 수급이 장대에 높게 걸려 있었다. 군기를 문란케 하다 군법으로 처리된 병사들의 머리였다. 김창시가 지은 격문이 목소리가 큰 취타대 대원이 낭독을 하고 이어 홍경래가 단상에 서서 간단명료한 연설을 했다.

"들어라. 오늘 내가 거사를 한다. 그대들은 모두 나를 따르라. 한 사람도 거스르지 마라."

이날의 긴박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현장을 전하는 자료는 많지 않다. 홍경래와 지휘부를 좋게 기록한 관의 자료가 많지 않은 탓이다. '관서평란록'의 죄수들의 조서 속에서 '김구욱' 조서에 홍경래의 육성 한줄이 기적적으로 남아 있다. 위의 것이다.

(吾方擧事 如有不從者卽折諸人一無抗.)

"제군들은 나를 따르라!"

"와아!"

다복동을 발진한 홍경래군은 두 개의 부대로 나뉘어 남북으로 작전에  나선다. 먼저 발진한 부원수 김사용의 부대는 북진군이란 단일대오였다. 부원수 김사용이 중군이 되고 선봉장 이제초, 군사 김창시 외에 각 부대장 김희련 김국배 이성향 한처곤 등이 임명된 천여 명의 군대였다. 북진군의 작전목표는 곽산 철산을 경유한 의주 공략이었다. 남진군의 작전을 배후에서 방해할 근거를 제압하자는 목표다.

대원수 홍경래가 중군을 맡은 남진군은 선봉장에 홍총각, 군사에 우군칙, 후군장에 윤후겸이 임명되었고 이희저는 도총관자격으로 남북군을 조율하며 군량 밎 군수를 책임지고 있었다. 양군은 선천 근방까지 합동으로 이동하다 선천 앞에서 양분하여 각자의 작전방향으로 진군을 했다.

남진군이 선천 부근에 당도하자 선천관아의 아전들이 고을의 군악을 대동하고 와 취타를 울리며 반군을 배웅했다. 내응한 동지들의 호응이었다. 홍경래는 그들을 격려하고 선천으로 진격을 명령했다.

"진격하라."

"진격하랍신다!"

부대의 진군명령의 복창이 하늘을 쩌렁쩌렁 울렸다. 세상이 뒤바뀐 것이다. 선천관아에 가장 먼저 도착한 홍총각은 관아 앞에 나와 어쩔줄 몰라하는 선천군수 '정시'와 정시의 노부(老父)를 단칼에 베어넘겼다.(遂與其父幷遇害 관서평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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