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84회/ 27장 홍경래 (2)
[연재소설 청룡도] 184회/ 27장 홍경래 (2)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7.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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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아이들 둘이 동시에 홍경래의 품으로 달려와 머리를 박았다. 십년 가까이 떨어져 살던 아버지였지만 지난 한달여의 만남을 통해 부자간의 정이 회복되어 있었다.

"그래. 엄마는 어디 갔니?"

홍경래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선아가 부엌으로 들어가서 따뜻한 물 한대접을 떠왔다.

"시장에요."

"그렇구나. 자 바깥이 춥다. 방으로 들어가자."

홍경래는 방으로 들어가 선아가 가져온 물대접을 받았다. 물맛이 인삼뿌리 달인 냄새가 났다.

"인삼 달인 물이네요."

"오 그렇구나. 아이들 어미는 언제 나갔니?"

"아침에요."

"아침에?"

홍경래는 집을 비운 처가 궁금했다. 자료에 보이는 홍경래의 처의 이름은 최소사(崔召史)다. 어떤 자료에는 우군칙의 처 김소사(金召史)와 혼동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소사'라는 말은 범부(凡婦)의 높임말이다.

"아이들과 바둑을 두고 있었니?"

홍경래가 방 한쪽에 흩어져 있는 기물(棋物)을 보고 물었다.

"아이들이 서로 땅치기 놀이를 하며 놀았거든요."

"하하 그러니? 참 너 김밀수에게 바둑은 잘 배우고 있니?"

홍경래는 김밀수를 떠올리고 선아에게 물었다. 김밀수는 이희저의 본가에서 허드렛일을 돕고 있었다.

"시절이 그런지라?"

"하긴, 요즘 분위기가 그렇지. 그런데 김밀수의 본명이 김석신이라지?"

"네. 김석신이라고 하더군요."

"역시 그랬어. 바둑이 턱없이 세더라니..."

홍경래는 물대접을 선아에가 돌려주었다. 김석신이 김밀수라는 가명으로 서북에 들어와 노름바둑을 하며 세월을 보내다가 홍단이 거사일을 앞두고 모든 단원들과 광산인부들의 신원검사를 하다가 나온 사실이었다.
김석신은 김종귀 정운창 김석신으로 이어지는 조선 고수의 계보에 서는 사람이다. 훗날의 기록에는 정운창이 김석신에게 석 점을 접히고야 말았다는 기록을 남긴 사람이기도 하다.

"어수선하더라도 공부는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항상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살아야 하거든."

홍경래는 선아의 등짝을 두드려주고 아이들을 번갈아 안아주고는 자리를 떴다.

"가시려고요?"

"아이들 어미가 오면 다녀갔다고 하거라. 응?"

홍경래는 방문을 열고 나서다 사립문 안으로 들어서는 아내를 보았다. 머리 위에 커다란 나뭇짐이 올려져 있었다.

"여보?"

"......!"

그렇다. 거사(巨事)를 꿈꾸는 사내의 아내는 스스로 사는법을 안다. 누구에게 손벌리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혁명가의 아내는 없다. 쌀이 없으면 노동을 하고 땔감이 없으면 산에서 나무를 구해야 하는 것이 거사를 하는 사내들의 여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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