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59회/ 23장 운산광산 (5)
[연재소설 청룡도] 159회/ 23장 운산광산 (5)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6.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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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의 협의지사들이 총망라되어 때가 왔다며 혈맹의 의식을 하는 시간, 전남 강진의 고독한 땅끝마을에서는 한 위대한 사내가 스스로 일대사를 마쳤노라 포효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1801년 강진에 유배를 와 '주역'을 고증하겠다고 나선 이래 4년의 분투 끝에 갑자본주역을 탈고한다. 다산은 이 4년간 손으로 잡는 것, 눈으로 보는 것, 입으로 읊조리는 것, 밥먹고 변소를 가는 것, 손가락을 움직이고 배를 만지는 것 등 어느것 하나 주역 아닌 게 없었다 말한다.

'행주좌와어묵동정'이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가의 공부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다산은 이 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병인본' '정묘본'으로 다시 고치고 개작을 하는 산통을 한 끝에 드디어 '주역사전' 24권을 완성한다. 다산은 두 아들 '학연' '학유'에게 유언 같은 작가후기를 남긴다.

-이책은 내가 하늘의 도움으로 지어낸 문자란다. 결코 사람의 힘으로 통할 수 있거나 사람의 지혜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이 책에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하여 그 속의 내용을 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바로 나의 자손이고 친구이니 그런 사람이 천년에 한번 나올 것이니 아끼고 소중하게 여길 일이 아니겠니. (여유당전서)

다산은 천도와 인도가 부조화를 일으키는 시대가 세상이 변할 때라 말한다. 주역의 혁(革)괘는 혼동된 세상의 문명을 바꾸어 천도와 인도를 가지런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산은 이 은거지에서 세상의 변화를 가늠하며 훗날에 올 현자를 위한 대비를 했다. 대비란 다산의 죽을 힘을 다해 이룩해 놓은 다산학(學)이다. 다산은 붓으로 새로운 세상을 대비했다.

세상은 분명 혼돈이었다. 그것은 서북 박천의 한 광산의 막사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군사 장봉사가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그 앞에는 십여 명의 홍단의 수뇌부들이 앉아 있었다.

"그간 광산에 모아놓은 장정이 팔백입니다. 이들을 무장시킬 조총 활 그리고 각종 병장기들도 이동시켜 놓았습니다. 우선 이들을 선봉부대로 육성하는 것이 급한 일입니다. 이백여 명의 홍단 단원들을 이들과 한 부대로 편성하여 조련에 나선다면 한달이면 능히 한부대가 창군될 겁니다."

"대놓고 조련에 나서도 되겠는가?"

장봉사의 말에 이희저가 반문을 했다.

"이제는 눈치를 살필 여유가 없다고 봅니다. 이미 우리들의 움직임을 좌포청은 물론 지방 관아들까지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채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더이상 눈치를 살피며 좌고우면하다가는 실기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장봉사의 말이 맞는 듯합니다. 이제는 감추어 놓고 있던 병장기를 꺼내어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합니다. 기본적인 단병접전과 진법훈련만 해도 한달은 걸립니다. 서둘러야 할 때라고 봅니다."

우군칙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다. 평소 조련은 자신이 맡겠다 호언장담을 하던 그였다.

"그래도 기밀은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는 유지해야 하오."

김창시가 염소수염을 쓸어 내리며 말했다. 서열상 장봉사보다 높은 참모겸 모사로 일정한 발언권이 있는 입장이었다.

"그런 걸 끝까지 따지다가는 일 못합니다."

"누가 아니라 말하는 거 아니잖소. 기밀은 지킬수록 좋다는 것이지요."

우군칙과 김창시가 의견을 교환했다. 이쪽저쪽에서 여러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장내가 점점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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