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48회/ 22장 출병(出兵) (1)
[연재소설 청룡도] 148회/ 22장 출병(出兵) (1)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5.1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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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에서 돌아온 암행어사의 보고를 접한 조정은 좌포도 대장 박기풍에게 토벌령을 내렸다. 오군영을 직접 직접 발동한 것이 아니나 박기풍에게 '상방검'이 직접 내려왔다는 것은 황해도 지역에서 암약하는 명화적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반증이었다.

불식간에 발동(發動)을 명령받은 포도청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분주했다. 오포장은 막료회의에 참가했다. 박기풍이 소집한 회의였다. 회의에는 박기풍과 두명의 종사관 그리고 다섯명의 부장포장과 포청 재정을 총괄하는 병방종사관이 참석해 있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것은 성상께서 내리신 상방검이다."

박기풍은 전립을 갖춰 입고 의자 뒤로 갑옷을 걸어놓고 출정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상방검은 부(斧)와 월(鉞)을 대신한 군령의 상징이었다. '주례' 군례편에는 군왕이 출병을 앞둔 장수에게 부와 월을 내린다. 부는 위로 찌르는 창이고 월은 아래로 내리치는 도끼로 천지간의 삿된 것을 벌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군왕은 장수에게 부와월을 내려 자신의 군령이 장수에게 있음을 천명하고 떠나는 장수의 수레의 한쪽 바퀴를 밀어주며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고 다짐한다. 이것이 주례에있는 작전권이다.

"상방검이라면?"

포장하나가 박기풍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검을 손으로 만져보며 물었다.

"군령이란 것이지. 제장들 사정에는 인정이 있지만 군령에는 인정이란 없다는 거 잘 알겠지?"

"그런데 영감님?"

오포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말해보게."

"명화적을 토포하려면 황해병영이나 경군에게 발동령이 내려가야지 왜 포청에...?"

오포장의 얼굴에 항상 묻어 있던 실실거리는 웃음기가 싹 가셔 있었다.

"아, 황해도에 기승하는 명화적을 황해병영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조정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일개 도적집단을 경군을 움직여 조치한다는 것은 나라의 체모가 상하는 것이고 하여 우리 좌포청이 선택된 것이다."

"그러나 영감?"

"기탄없이 말해보게?"

"우리 좌포청의 힘으로 명화적을 토벌할 수 있다 보시는지요?"

오포장이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좌포청의 250명의 인원 중 외지로 나갈수 있는 가용병력은 불과 백명 남짓에 불과했다.

"황해병영의 향군 5초(哨) 수군 5초(哨)를 배정받을 거야."

"향병이나 수병 등은 군대가 아닙니다. 농투성이들을 모아 어찌 산적놈들을 토벌할 수 있는지요?"

"허? 그럼 어쩌란 거야? 이미 군령은 내려왔어. 우리는 방법이 없어. 군인은 명을 따라 출군할 뿐이야."

박기풍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원래 무장출신인 탓에 오히려 할일이 하나 생겼다는 표정이었다. 포청도 병조와 형조의 지시를 받고 있으나 소속은 병조에 속한다.

"영감. 명화적은 정규군이 아닙니다. 그런놈들을 수백명으로 추포할 수 없습니다."

 

오포장이 정통무장 박기풍이 간과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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