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46~7회/ 21장 암행어사 (6~7)
[연재소설 청룡도] 146~7회/ 21장 암행어사 (6~7)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5.13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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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래가 해서지방을 돌아 박천의 산채로 돌아온 것은 해를 넘겨 다음해 봄이었다. 산채에서는 장봉사가 단원 몇명을 데리고 지키고 있었다. 위장이 번듯하던 산채는 거의 폐허로 변해 있었다. 포도청과 관아의 기찰을 피하기 위한 골육지책으로 산채를 파괴했던 탓이었다.

"장군?"

"오랜만이군. 산채가 어찌 이 모양이야...츄츄."

"포도청의 기찰 한놈이 왔다가 이 꼴을 보고 기겁을 하더군요."

장봉사가 홍경래를 막사로 안내하며 말했다. 성한 막사는 그곳 한곳뿐인 듯했다.

"포청의 수탐이 이곳까지 미쳤단 말인가?"

"털복숭이 포교가 왔다가 돌아갔습니다. 박천 안주 영변을 알뜰하게도 살피고 갔더군요."

"그래...?"

"한양에서 별고는 없으셨는지요?"

홍경래가 막사 안의 탁자에 앉으며 대답을 했다.

"한양에서 오포장 그놈과 마주친 것 외에는 별일 없었어."

"오포장 그놈이 역시 문제입니다. 털복숭이도 그놈 수하가 분명하고요."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본격적으로 수탐을 나섰다는 말인데..."

"맞습니다. 박천 형방에겐 우리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했답니다. 예의주시하라면서요."

"그래서?"

"봉기의 조짐이 보이면 즉각 포청으로 파발을 달라는 말까지 했답니다."

"봉기?"

"우릴 명화적 부류로는 보지 않는 겁니다. 반왕반당(反王反黨)으로 보는 것이지요."

"그래...?"

홍경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한양에서 마주쳤던 오포장의 뱀같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용천까지 왔던 포청의 기찰이 즉흥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위기입니다."

장봉사가 위기를 입에 담았다. 홍경래는 목이 타 담뱃대를 꺼내들었다.

"이걸 어찌 사용하면 좋을까?"

홍경래가 대량으로 만들어진 엽전의 용도를 장봉사에게 물었다.

"장군, 장정들을 모으는 데 사용하면 어떨는지요?"

"장정이라니?"

"일꾼들을 모은다는 명목으로 많은 장정들을 모아 조련을 시키는 겁니다. "

"기찰망을 어떻게 피하고?"

"요즘 서북에 많은 광산이 생겼지 않습니까? "

"설점 말인가?"

"맞습니다. 이곳만해도 성천에 수만 명의 백성들이 모여들어 난리입니다. 그들을 잘 이용해 정예를 모으는 겁니다."

"그게 가능할까? 식솔들까지 거느린 오합지졸들일 텐데?"

홍경래는 장봉사의 말에 회의적이었다. 그 말은 한양 김재찬에게서도 들은 바 있는 의견이었다.

"장군, 장정들만 모집하는 겁니다. 가족들을 거느리지 않은 단출한 사내들만요."

"그 방법이 가능하냐 그 말이야?"

"노임을 두 배로 쳐주는 겁니다. 대신 일을 잘할 수 있는 체력을 본다며 힘깨나 쓰는 자들만 골라 뽑는 겁니다. 한달 노임 정도는 선불로 주고 말입니다."

"군자금이 엄청나게 들어갈 텐데?"

"하하, 장군. 엽전 만드는 화수분이 있는데 뭔 걱정입니까?"

장봉사가 두 손바닥을 펴보이며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웃음이 터지는 모양이었다.

"오? 그 방법이 있었군. 화수분이 있는 걸 몰랐군. 하하하."

홍경래는 장봉사의 어깨를 치며 박장대소를 했다. 장봉사도 배가 아픈 듯 배를 잡고 깔깔거렸다.

"당장 실행해."

"당장 실행하겠습니다. 이대인을 물주로 홍총각 김창시 우군칙을 덕대로 광산을 열겠습니다."

"좋아. 희저 형님이 물주가 되어 광산을 연다면 누가 의심을 하겠어? 당장 가자, 희저 형님에게."

"당장요?"

"뭘 망설이나 이제 칼을 뽑을 때가 되었어. 더이상 지체하다가는 우리가 역으로 당하는 수도 있어."

홍경래는 가산의 이희저의 집으로 길을 잡았다. 지난 십여년 간 서북일대에 토대를 닦아 놓았던 기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반년여 잠수기간을 감안해도 그것은 커다란 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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