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40회/ 20장 남산바둑대회 (7)
[연재소설 청룡도] 140회/ 20장 남산바둑대회 (7)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5.05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게 궁금하시오?"

"호호 그러네요. 말을 둘러댈 생각은 마세요. 내가 좌포청의 수장포교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하네요."

오포장이 홍경래를 압박했다. 기습적으로 찾아와 순간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당황스런 일이었다.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뭐... 별로 영양가 있는 일은 아니오. 바둑대회에 온 거니까."

"바둑대회요?"

"그렇소. 딸아이가 바둑을 잘두어  대회에 참가한 거요. 모처럼 한양구경도 좀 할 겸 말이오"

홍경래가 선아를 핑계삼아 오포장의 질문을 넘기려했다. 순간적으로 선아가 좋은 핑곗거리로 떠올랐다.

"호호."

"왜? 뭐가 이상하오?"

홍경래가 혀끝을 차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오포장의 얼굴을 여유 있는 눈으로 바라보며 반문했다. 선아는 잠이든 듯 기척이 없었다.

"홍대인, 지금 그 말을 내게 믿으라고 하시는 겐지요?"

"믿지 못하면 마시오. 내가 댁에게 나의 행보를 달리 설명해야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오."

"호호 좋아오. 그럼 이 아이가 바둑을 그리 잘두나요? 서북에서 한양까지 바둑대회에 올 정도로 말이지요?"

오포장이 선아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여차하면 선아를 깨울 참이었다.

"오늘 여덟 명이 남는 갑조 상렬에 들어갔다오. 그 정도면 대단하지 않소?"

홍경래가 가슴을 쭉 폈다. 자랑스런 아버지의 모습 자체였다.

"호호 놀랄 만하군요. 어린것이 그토록 고수라니... 장원전은 내일이겠군요?"

"그렇소."

"좋으시겠네요. 그리고 얘야?"

"이거 왜 이러시오? 아이가 피곤해서 잠에 떨어졌는데?"

홍경래는 선아를 깨우려는 오포장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제지를 했다. 그러나 오포장은 이미 선아의 한쪽 팔뚝을 강하고 꼬집고 있었다. 영악하고 표독스런 성격대로 하는 짓거리였다.

"아얏! 아버지, 이 아저씨 누구예요?"

"... ...?"

선아가 벌떡 일어나며 오포장을 바라보고 물었다.

"아, 미안하구나. 니 아빠 친구란다. 신경쓰지 말고 다시 자거라."

"아. 네... 아버지 잘께요."

선아는 천연덕스럽게 이불을 끌어다 덥고 다시 누웠다. 홍경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아는 이미 깨어 방안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호호, 미안하군요. 바둑대회에 왔다니까 내일 그곳에서 다시 뵙죠."

오포장은 무엇인가 개운찮은 표정을 지으며 주막을 나갔다. 가희는 오포장의 뒤를 따라 나오다가 주막을 조금 벗어나자 말을 했다.

"어찌 생각하세요?"

"뭘 말이니? 호호. 아까 그 아이 물건이더구나. 안 그렇니?"

"물건인 건 맞아요. 그 꼬마 홍가의 딸이 아니거든요."

"뭐야?"

"아이 홍가의 딸이 아니라고요. 바둑대회장을 철저히 기찰해야겠어요."

오포장은 가희의 말을 듣고 모골이 송연함을 느꼈다. 가희의 말이 사실이라면 놀라 노(怒)가 따로 없는 일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