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39회/ 20장 남산바둑대회 (6)
[연재소설 청룡도] 139회/ 20장 남산바둑대회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4.28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호 이 집에 홍가가 있단 말이지?"

"네. 어...?"

"어라니?"

"저 사람들  뭐죠?"

오포장은 어두운 밤중에 주막 안을 뒤집어 놓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막 안으로 염초장인(焰硝匠人)들이 들어와 취토(聚土)를 하고 있었다. 취토는 화약을 만드는 염초청(焰硝廳)에 속한 일꾼들이 화약재료가 되는 흙을 모으는 작업을 말한다.

화약은 흙에서 뽑는 초석에 유황과 목탄을 알맞게 섞어 만들어진다. 이 화약의 가장 기본이 되는 흙이 아무 흙이나 되는 것이 아니다. 화장실 부근이나 부엌, 마루 밑 등 사람들이 사는 부근의 흙 속에만 그 성분이 들어 있다. 흙 속에 짠 성분이 은근히 스며 있어야 그것이 초석이 된다.

한줌의 초석을 얻기 위해서는 몇 수레 분의 흙이 필요하다. 이 흙을 모으기 위한 어염청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한양 안의 모든 집이 일년에 한두 번은 토취꾼들의 방문을 받아야했다. 이것을 거부하는 것은 국법으로 엄단사항이었다. 정승들의 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참고로 조선시대 화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보자. 토취꾼들이 모아온 흙은 곱게 재운 재와 섞어 물에 녹이는 '사수"를 통해 흙과 재가 적당히 녹은 물이 만들어진다. 이 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였다가 식히면 고운 침전물이 생긴다. 이 침전물을 모아 '야교'와 섞기를 반복하면 초석이 생긴다.

이 초석을 터지는 성분으로 바꾸기 위해 유황과 재를 혼합하는 '도침'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이 사람 잡는 과정이다. 초석에 유황과 숯가루를 넣고 쌀뜨물을 부어 반죽을 만들고 이 반죽을 절구에 넣고 하루종일 방아를 찧는 공정이 필요하다. 이 작업 중 화약이 터져 사람이 상하는 일이 다반사다. 반죽물이 곱게 빠아져 가루로 만들어진 것이 화약이다. 조선은 이 과정을 통해 일년에 2천 근 정도의 화약을 만들었다.

홍경래가 정주성에서 최후 농성전을 벌일 때 관군이 정주성 북문을 깨뜨리는데 들어간 화약이 총 1710근이다. 관서평란록의 기록이다. 조선의 일년 화약 생산량 전부를 성 하나 깨는 데 사용한 것이다.

"이거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있나. 응?"

홍경래가 투덜거리며 주막 안의 한 방에서 나오다가 오포장을 보고 놀랬다.

"호호 반갑군요. 한양에서 임자를 보다니요?"

오포장이 토취꾼들의 삽질을 피하며 마루 위로 올라와 앉으며 말했다.

"허허 간만이외다. 항상 바쁘시구료."

"그럼요. 조정보위가 한가한 일인가요 호호. 잠 자기는 그른 듯하니 탁배기 한잔 어떠세요?"

"왜? 오포장이 한잔 사시려우?"

"호호 사기는 제가 사겠지만 쩐은 임자가 내셔야지요. 기찰 주머니 사정이야 뻔하잖아요?"

오포장이 실실거리며 홍경래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밤기운이 차가웠다. 이런 날씨에도 토추꾼들이 설치고 다니는 것은 어염청에서 금년 화약 생산량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