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37회/ 20장 남산바둑대회 (4)
[연재소설 청룡도] 137회/ 20장 남산바둑대회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4.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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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옥이 숙박을 하고있는 객주에는 온갖 방문객들이 꼬리를 물었다. 오포장은 객주의 출입구 옆방을 확보하고 방문객들을 감시했다. 위험인물로 생각되는 사람은 어김없이 임상옥의 방안으로 들어가 동석을 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호호 엄청나군?"

"방금 전에 다녀간 사람은 고관 아닌가요?"
오포장을 지원나온 임포교가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호호, 공판나으리 아니신가?"

"공판요?"

"호호, 정승체면도 엽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그지?"

"하긴요. 정승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 하지 않습니까요? 엉?"

"왜?"

"저 자는 송상 박대명 아닙니까요?"

"뭐야? 어디?"

오포장은 객주 안으로 들어서는 한 인사를 살펴보았다. 그 자는 틀림없는 박대명이었다. 그는 임상옥 전까지 조선의 상왕(商王)으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맞지요?"

"오 그래, 오늘 일진이 좋네. 호호 임자는 여기 계속 지키고 있어."

오포장은 방문을 열고 박대명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다. 박대명을 따라온 서너명의 사내들은 모두 방문 밖에 기다려야했다. 송상은 개성상인을 말한다. 개성상인들은 경강상인들의 저급하고 무식한 매점매석의 상법과 조금 다른 상술을 구사했다.

경강상인들은 봉건적 특권에 기대어 오직 독점과 매점매석의 상술로 장사를 하는 무경쟁으로 커온 반면, 개성상인들은 일찍이 조직력과 자본력으로 무경쟁의 폐해를 뚫고 상권을 조선 전체로 판을 벌려 놓은 특이한 단체였다. 환과 어음을 사용한 것도 그들이었다. 전국 또는 일본 청국을 중국을 상대로 하는 무역에 은이나 동전을 결제수단으로 삼는 것은 운송수단과 도적들의 습격 등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개성상인들은 환과 어음을 발행하여 은과 엽전을 대체했다. 환과 어음의 유통에는 발행자의 신용이 생명이었다. 그 신용이 개성상인들에게 있었다. 고려시대부터 쌓아온 개성상인들의 저력이었다. 18세기 조선의 대표적 고단위 화폐는 환과 어음이었다. 수천 냥에서 수만 냥짜리 환과 어음이 무상으로 출납되었고 결제되었다. 그것은 조선의 근대화의 시동이었다.

개성상인들은 일찍부터 '복식부기법'을 창안, 회계처리를 했다. 급차질(수입) 봉차질(지출) 이익질 소비질로 나뉘는 사개(四介)치부법이 그것이다. 송상으로 불리던 개성상단은 고려 이후 조선후기까지 한반도의 상단 중의 상단으로 군림해 왔으나 임상옥의 등장과 함께 법통이 바뀌는 역사적 순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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