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이 협객을 모른다면 거짓이겠지요. 그러나 그 건만으로 홍경래를 안다고 할 수도 없겠지요."
임상옥이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포도청의 수석 포장이 지역의 인사를 묻는다는 것은 좋은 뜻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호호 협객이라고요? 홍가를 협객으로 보시는지요?"
"하하, 협객이 뭐 별거겠소이까? "
"호호, 칼 차고 술 먹고 돌아다니면 협객 아닌지요?"
오포장이 비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하. 무언가 오해를 하시나 보군요. 홍경래는 칼 차고 술이나 퍼마시며 호들갑을 떠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요."
"호호 그럼, 협객행을 운운하며 천지를 좁다하고 나대는 인사라 그런 말인지요?"
"뭐요?"
"불온한 인사라는 말 아닌지요?"
오포장이 협객행(俠客行)을 입에 담았다. 순간 임상옥의 얼굴이 굳어졌다. 협객행은 이태백이 지은 시(詩)다. 이태백은 절대적인 시인이었지만 스스로 호탕한 것을 자랑삼아 시장을 떠벌리고 다니며 칼로 사람을 살해한 것을 자랑삼기도 한 인물이다.
협객행.
조나라 협객이 거친 갓끈 늘어뜨리고, 오나라 검은 서릿발 같은 빛을 발한다.
은빛 안장 빛나는 백마, 유성처럼 바람 가르며.
열 걸음에 한 사람 죽여도 천 리에 자취조차 없어라.
일 끝내고 옷을 털어 몸과 이름 깊이 숨긴다.
한가롭게 신릉을 지나 술 마시며 검 풀어 무릎에 걸쳐놓는다.
술과 더불어 구운 고기 먹고 후영에게 잔을 권한다.
술 석 잔에 좋다 하고 오악(큰산) 뒤집는 일조차 가벼이 여기더라.
술에 취하니 의기는 무지개처럼 뻗치노라.
조나라 구하러 금 철퇴 휘두르니 한단이 먼저 놀랐지.
천추의 두 장사가 대량성을 빛냈으니
협객은 죽어도 기개는 향기로워 천하영웅이 부끄럽지 않아라.
그 누가 천녹각에 파묻혀 백발이 다 되도록 태현경을 지으리.
趙客慢*胡纓 吳鉤霜雪明
銀鞍照白馬 颯沓如流星
十步殺一人 千里不留行
事了拂衣去 深藏身與名
閑過信陵飮 脫劍膝前橫
將炙啖朱亥 持觴勸侯瀛*
三杯吐然諾 五獄倒爲輕
眼花耳熱後 意氣素霓生
救趙揮金槌 邯鄲先震驚
千秋二壯士 煊赫大梁城
縱死俠骨香 不慙世上英
誰能書閣下 白首太玄經 .
이태백은 세상을 바꿀 기개에 사는 자를 협객이라 했다. 풍찬노숙일망정 칼을 들고 의기를 벼리며 사는 멋진 생을 노래하며 양웅(서기전53년-서기18년)같은 서생으로 초야에 묻혀 태현경(太玄經)을 짓는 일은 장부의 길이 아니라고 노래하고 있다.
오포장은 임상옥에게 홍경래가 바로 그런 불온한 사상을 가진 인물이 아니냐며 직선적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