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18회 17장 무량사(无量寺) (6)
[연재소설 청룡도] 118회 17장 무량사(无量寺)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3.2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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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만수산의 깊은 산곡에는 낯선 짐승의 소리가 밤을 새워 울부짖고 있었다.

우어엉... 우엉!

그 소리는 처연했다. 먹이를 놓고 싸우는 것이나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는 짐승의 소리는 아니었다.

"범일까요?"

선아가 홍경래의 옆으로 바짝 다가와 누우며 물었다. 만복사의 전설을 재미있게 들은 홍경래는 산짐승 소리에 겁을 먹은 선아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범소리는 아니다. 범은 저리 울지 않는단다."

"그럼요?"

"너는 범이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게구나. 범이 울면 땅이 흔들린단다. 마치 산곡이 찢어지듯 진동을 하지. 저 소리는 산양인 듯하구나."

"산양요?"

"그래, 저 산양이 만복인 모양이다. 암놈을 그리워하는 숫산양의 소리같다."

홍경래는 자리에 앉아 담뱃대를 찾아 물었다. 한 십여 전부터 해온 담배였다.

"그럼 무서워할 거 아니네요?"

"하하 그렇단다. 님그리워 우는 숫양이니 겁을 먹을 게 뭐가 있겠니? 선아야?"

"네."

"만복사가 남원 어딘가에 있는 절이라 했니?"

"네. 저도 그리 알고 있네요."

"너는 만복의 그 얘기가 뭐가 그리 좋더냐?"

"꿈과 현실이 다른 듯하지만 사실은 하나라는 가르침을 알고 좋아하게 되었네요."

"꿈과 현실이 다른것이 아니다....?"

홍경래는 담배연기를 한모금 오물어 뱉으며 말했다. 가라앉은 기압 탓인지 한모금의 담배연기가 방안을 떠돌며 마치 한 조각 구름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현실에서 이룰수 없던 것을 부처님을 통해 얻고 만복은 얼마나 좋아했나요? 그러나 그로 인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나요? 기쁨과 고통이 결국은 하룻밤 꿈이라는 것을 금오선생은 말하고 계신 거지요."

"끄응 ! "

홍경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사천왕이 모셔진 천왕문 옆에 덩그러니 땅위에 떨어져 있는 범종이 보였다. 임란 이후 파괴된 종각은 아직 복구되지 않은 채였다.

"꿈과 현실이라..."

홍경래는 밤이 내려와 있는 무량사 경내를 바라보며 독백을 했다. 밤은 고요했고 달빛은 밝았다. 그 속에 금오 김시습이 지은 시 한 편이 들려오는 듯했다. 무량사는 금오가 말년 주지로 있었던 곳이고 그가 죽은 곳이다.

창밖에 쓸쓸한 배나무 한그루

잠못드는 봄밤에 달은 밝거늘

누구인가. 홀로 퉁소 부는 저이는

물총새 날아가고 짝 잃은 원양 부리를 씻거늘

어디인가 그리운 님계신 곳

밤을 새는 등잔불은 깊은 한숨을 내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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