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16회 17장 무량사(无量寺) (4)
[연재소설 청룡도] 116회 17장 무량사(无量寺)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3.25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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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분이 그리도 뵙고 싶었니?"

홍경래가 산신각 안의 벽에 작은 액자로 만들어져 걸려 있는 중갓을 쓰고 염소수염을 한 인물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물었다. 산신각 안에는 아무런 기물도 없었다. 아직도 절은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았다. 금오의 자화상으로 알려진 초상화는 지금도 무량사 대웅전 옆의 작은 건물 안에서 볼 수 있다.

"네. 구름을 짓는 사람은 어찌 생겼을까 몹시 궁금했거든요. 만복사저포기 같은 구름을 지을수 있다면...  그것은 저의 평생 소망이거든요."

"하하. 그렇구나. 이제 선생을 만났으니 선아 너도 훌룡한 구름을 지을 수 있겠구나. 그래도 밥은 먹고 하자꾸나."

"밥요?"

"벌써 저녁시간 아니니. 그거 봐라. 너의 뱃속에서 거지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구나."

"어머?"

선아는 자신의 뱃속에서 꼬르르 소리가 나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홍경래는 그런 선아의 손을 잡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절 근방에 사는 보살 한 명이 와 저녁 공양을 차리고 있었다. 조와 보리가 섞인 밥에 된장국 그리고 소금에 절인 무우말랭이와 나물 한 가지가 전부였다.

"소찬외외다. 아가야. 니가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구나?"

환성이 홍경래의 일행에게 밥을 권하며 어린 선아의 입맛을 걱정했다.

"하하, 스님 나이는 어려도 풍진을 아는 아이입니다."

"오, 그래요? 어린나이에 풍진을 안다니 기특하구나. 자 어서 먹거라."

선아는 합장으로 환성에게 인사를 하고 수저를 들었다. 밥그릇에서  모락모락 나는 김이 시장기를 더욱 돋구었다.

"스님. 사실은 이 아이가 금오선생 뵙기를 하도 소원하기에 대동하고 왔습니다."

홍경래가 밥을 한 수저 뜨며 말했다.

"아니. 이 어린아이가 뭔 일로 금오선생을 기린다는 말인지요?"

"이 아이 소원이 금오선생같은 구름을 짓는 것이지요."

"희설을요?"

환성은 선아를 다시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오 김시습은 한국문학사에서 최초로 한문소설을 쓴 사람이다. 그의 문집 금오신화에는 여러 편의 한문소설이 전한다. 환성이 선아에게 말했다.

"얘야?"

"네."

"먹으면서 들어도 된다. 니가 금오선생을 어찌 알았더냐?"

선아가 환성의 질문을 받고 오물거리던 입을 멈추더니 대답을 했다.

"아버지께서 금오선생을 좋아하셨지요. 저는 아버지께서 들려주던 선생의 구름을 좋아했고요."

"이 아이는 한양 반가의 자식입니다. 선왕 말년에 있었던 옥사에 연루되어 화를 입고 서북관아에 관노로 있던 것을 내가 뽑아내어 함께 있지요."

홍경래가 끼어들어 선아의 내력을 간단하게 말했다. 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서 먹거라. 고생 끝에 낙은 있는 법. 어린 것이 고초가 크구나. 자 어서..."

환성의 눈가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눈물이 있는 사람이었다. 부처도 눈물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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