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교육청, 편한교복 다수 ‘수의계약’
[세종]교육청, 편한교복 다수 ‘수의계약’
  • 윤영상
  • 승인 2020.03.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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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취지에 맞게 입찰 방식 유연성 필요
지역업체 제한으로 편한 교복 한계 드러나
지난해 세종참교육학부모회가 개최한 편한교복 패션쇼
지난해 세종참교육학부모회가 개최한 편한교복 패션쇼

[투데이 충남 세종/윤영상 기자] 전국적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세종교육청의 편한교복 추진이 입찰자격 제한 규정으로 인해 대다수의 학교들이 제대로된 입찰 과정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청은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교복을 입고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편안한 교복착용을 통해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편한교복 추진을 중점적으로 해 왔다.

세종 교육청은 작년 시의원, 학생, 학부모단체, 학교, 의류전문가가 함께 하는 편한교복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편한교복에 대한 개념을 편의성, 기능성, 경제성, 성인지 감수성이 갖추어진 교복을 세종형 편한교복으로 개념화 하고 편한교복 착용 학교를 늘리기 위해 힘써왔다.

이와 함께 세종참교육학부모회는 전국 최초 편한교복 패션쇼를 열고 추상적이던 세종형 편한교복을 실물로 표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20년 무상교복이 제공되는 1학년을 대상으로 편한교복을 채택한 중·고등학교가 관내 18개교로 특수학교 1개교 포함 43개 중·고등학교 대비 42% 채택율을 보였다.

또한, 내년부터 채택 예정인 학교는 7개교이고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별 교복선정위원회를 통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적어도 2/3에 이르는 학교 학생들이 제복식 교복에서 벗어나 편한교복으로 갈아입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편한교복을 채택한 일선학교에서는 입찰과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편한교복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디자인, 패턴작업, 봉제가 가능한 업체가 있어야 하는데 세종에는 아직 그런 인프라를 가진 업체가 거의 없다 보니 작년처럼 편한 교복을 채택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대규모 유찰사태가 발생했고 재공고에서도 한 업체만 참가해 유찰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경쟁을 통한 입찰로 좀 더 좋은 질의 교복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닌 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것이다.

제역제한 입찰은 주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이 지역 내에 쓰여 질 수 있도록 이뤄지는 자격입찰로 지역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현재 세종교육청 관내 학교 교복입찰 참가자격은 제역제한입찰로 주된 영업소가 세종시 관내 소재 업체로 제한하고 있다.

세종 관내 D중학교의 교복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는 “작년 중순경 교복선정위원회에서 이런 문제가 예측되어 교육청에 개선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로 인한 문제는 학생들의 교복 질에 그대로 반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편한교복 추진과 관련해 기존 교복을 납품해 오던 업체들의 입장은 다른 모습이다.

교복 업체 대표는 “전국적으로 볼 때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문닫는 교복업체들이 늘고 있다. 편한교복으로 전환도 좋지만 지역에서 업체들의 생존을 위해 편한교복 제작을 위한 여건마련 시간도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 일각에서는 "세종관내 교복업체 대부분이 대기업 대리점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교복제작 기반을 갖출 수 없는 상황이다"며, "편한교복이 확대되면 문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아침 등교부터 하교 그리고 학원수업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제복식 불편한 교복을 착용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활동성과 기능성이 겸비된 편한교복을 입히고자 하는 교육청의 취지에 제도적 유연성을 발휘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에서 교육청을 비롯한 시의회, 교복업체가 머리를 맞대 지역 업체들도 살리고 구매도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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