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90회 13장 파국(破局) (6)
[연재소설 청룡도] 90회 13장 파국(破局)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2.1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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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건은 살인이었다. 홍경래는 물론 김견신까지도 예상치 못한 사건 앞에 당황을 했다. 싸움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현장에는 용천관아의 형방과 막하들이 나와 있었다. 큰판이 벌어졌다는 말에 용돈이나 얻어쓸 요량으로 와 있다가 살인사건을 목도한 것이다.

"자, 자중들 하세요. 홍대인 김패두 자중 자중..."

형방이 이것이 웬 떡이냐는 듯 전장의 한복판을 뚫고 들어와 싸움을 말렸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것이 세상살이의 요령이고 조선의 아전들은 이런 점에서 기민했다.

"춘대? 너 이러면 안되지? 우군칙 저 자식이 사고를 쳤다면 모를까?"

김견신이 칼을 홍경래에게 빼앗기고 멀쭉하게 서 있는 춘대에게 삿대질을 했다.

"김패두, 대화는 잠깐 후에 하고요. 그러니까 죽은 이 친구의 주먹이 홍대인의 얼굴을 때리자 춘대라는 이 친구가 과장된 행동을 한 거 아닙니까? 그런가요?"

형방이 홍경래와 김견신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다중의 위력이 충돌한 현장을 단순 상해치사로 축소하겠다는 노골적인 표현이었다. 홍경래는 물론 김견신 모두에게 유리한 방법인 것이다.

"으음..."

"저의 말이 틀린가요?"

"아니외다, 그 말이 정답인 듯하오. 이봐 자네도 그렇지?"

홍경래가 김견신에게 말했다. 눈치껏 하란 뜻이다.

"험, 역시 영민한 형방이라 파악을 잘 하시는구료."

"역시 그렇군요. 자 봅시다."

형방은 홍경래와 김견신이 엄청난 액수의 도박판을 벌였고 그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난 것을 빌미로 한몫을 단단히 잡으려 나왔다. 도박은 국법으로 금하는 것이니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도박판을 벌이다 살인사건까지 났다면 형방은 물론 용천관장에게도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이 뻔했다. 형방은 이런 사정을 들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타협책을 제시한 것이다.

조선후기 문란한 국정은 지방에서는 거의 작취미상의 현상을 보인다. 영정조시대라 하여 예외가 아니었고 순조시대부터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정약용은 목민심서 속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포도군관은 경향(한양과 지방)을 막론하고 모두 도적이다. 도적과 내통을 하여 장물을 나누고 도적을 풀어주어 그들이 계속 그 짓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준다. 수령이 토포계획을 말하면 정보를 도적에게 발설하여 도망치게 한다. 혹간 수령이 기지로 잡아 놓은 도적은 옥졸들과 짜고 탈옥하게 하는 등 천만 가지 죄악을 기록할 수 없을 정도다.

정약용의 이 말은 성대중의 기록이나 이옥의 기록에도 보인다. 정약용은 조금 더 부언설명을 하고 있다.

도적들이 훔친 장물이 열 냥이면 도적이 세 냥을 먹고 포도군관이 일곱 냥을 먹는다. 이것은 관례다. 새로운 도적이 패거리에 들어오면 신고식을 하게 되는데 처음 세번 도적질한 장물은 모두 패거리에 바치고 그 다음부터 자신의 몫을 챙긴다. 이것을 어기면 그 자는 영낙없이 관청에 잡혀온다.

정약용은 도적들과 형리들의 결탁을 고발하며 이들을 양산박(梁山泊)이라 하고 있다. 도둑과 그 집단을 파괴해야할 포도청 형리 등이 오히려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있다는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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