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89회 13장 파국(破局) (5)
[연재소설 청룡도] 89회 13장 파국(破局) (5)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2.1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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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김밀수의 승리로 끝났다. 종국은 밤을 새운 다음날 아침 먼동이 훤하게 튼 시간이었다. 하룻밤을 꼬박 새운 혈투였다. 계가는 온 바둑판을 흑백 돌로 모두 덮여 있고 대국자들의 손안에 남아있는 몇개씩의 사석의 수로 결정이 났다. 정운창이 두개. 김밀수가 다섯 개의 사석을 더 남겼다. 패와 패의 거듭된 혼전이 부른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와!"

"이건...?"

승자와 패자측의 엇갈린 반응이 장내를 물과 기름으로 양분을 했다.

"형님, 김박혁이 이겼습니다. 석 집을 이겼네요."

"허허, 정말 대단한 바둑이다. 두 사람 다 엄청난 고수들이야."

우군칙의 말에 대답을 하는 홍경래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호불호가 분명한 우군칙마냥 드러내 놓고 기뻐할 수는 없어도 기분이 좋은 것은 분명한 모양이었다.

"김박혁에게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 먹여야겠네요. 응? 뭐야 저건..."

홍경래와 우군칙은 장막 안에서 소란이 일고 있음을 알고 놀랐다. 장막 안에서 김견신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이건 사술이야. 이런 바둑이 어디 있나, 앙?"

김견신이 바둑판을 바닥에 엎어 놓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어이? 이래도 되는거야? 근대가 겨우 이거밖에 안나가는 거야? 뭐야?'

우군칙이 김밀수의 멱살을 잡으려는 김견신을 막아섰다. 김밀수가 쪼르르 달려나와 홍경래의 등뒤로 숨었다.

"이리와, 쥐새끼 같은 놈아. 바둑알을 속이고 두다니?"

"어허? 이러면 곤란하지. 허참봉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거요?"

우군칙이 바둑판 주변에 흩어져 있는 바둑알을 한줌 주워 하늘에 뿌리며 악을 써 댔다. 동시에 앞으로 달려드는 김견신과 어깨를 마주치며 막았다. 춘대와 단원들이 우군칙과 홍경래를 중심으로 삼각뿔 모양의 대형을 만들었다. 순간적인 일이었다.

"김견신? 체통 좀 차리지. 따면 즐겁고 잃으면 짜증나면 그건 남자가 아니지."

홍경래가 김견신을 힐책했다. 허낙생이 김견신의 뒤에 서서 어쩔줄 몰라했다.

"이봐. 경래? 사람 쪼잔하게 만들지 마. 저자식이 속인 거라니까? 저 자자식이 바둑알 가지고 장난을 쳤다고."

"장난은 무슨 장난..."

"윽!"

김견신이 우군칙을 밀고 홍경래에게 다가서려 하자 우군칙의 손날이 그의 옆구리에 꽂혔다.

"이 새끼들 죽여버려."

사단은 우군칙의 손날치기로부터 시작됐다. 모두 날밤을 새워 정신이 똑바르지 않은 상태였다. 엄청난 도박판에서 흥분까지 추가된 상황이었다. 김견신이 쓰러지자 그의 수하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었고 순간 춘대의 칼이 피를 뿜었다.

"헉!"

"이런....?"

춘대의 칼이 순간적으로 하늘을 두 번 갈랐고 한칼에 한명씩 두 사람이 쓰러졌다. 타격점은 울대와 손목이었다. 울대에 칼을 맞은 자는 절명이었고 떨궈진 손목 하나는 마당을 혼자서 몇번 뛰다가 조용해졌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해풍은 그 비린내를 바다로 다시 쓸어 담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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