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83회 12장 춤추는 검계(劍契) (6)
[연재소설 청룡도] 83회 12장 춤추는 검계(劍契)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2.0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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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 심심하니 길군악이나 하여를 보자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를 봐라

노나~ 너미나루 노나니루 너나누너~

가소가소 자네 가소 자네 간들 내 못살랴

영변산성 남문에 해떨어지고 달이 뜬다

눈비찬비 찬이슬 맞고 홀로 섰는 노송 남이 짝을 잃고서

홀로를 섰냐~

내 각시 네 일로 하여 내가 못 살랴

어이없다 이년아, 내말 들어를 봐라.


길군악이 들려오고 있었다. 길군악은 군가(軍歌)로 조선의 오군영은 각 부대별로 특색 있는 군가를 갖고 있었다. 이 군가의 원전은 '정방산성'으로 되어 있다. 정방산성은 황해도 해주에 있는 전방산의 성(城)을 말한다. 전방산은 그 유명한 '성불사'가 있는 명산이다.

"호호 저 화상, 고향집이 그리운 모양이지 츄츄."


"맞아요. 나까지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실없는 년하곤 ..."

오포장은 성루 아래에 있는 주막에서 영변의 하룻밤을 보내고 있었다. 성루는 높았고 그 성루를 순찰하던 초병이 청승맞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일 안주로 가나요?"

가희가 두 팔을 머리 뒤로 하고 누워 물었다.

"가야지."

"다른 분조(分組)들은 얻은 게 있을까요?"

가희가 의주와 삭주 방향으로 쳬탐을 나갔던 기찰들을 거론했다.

"글쎄다. 이렇게 수박 겉핥기로 다녀서야 뭔 소득이 있겠니?"

오포장이 자리에 앉아 담뱃대에 연초를 다져 넣으며 말했다. 곧바로 호롱불에 붙인 연초 냄새가 방안을 진동했다.

"이쪽 분위기가 이상하긴 하죠?"

가희가 이불 위에서 뒹굴며 말했다.

"호호 분위기라고?"

"음 뭐랄까... 사람들이 잔뜩 꼬여 있는 것 같아요. 사는 것은 한양 못지않은데 이상하죠?"

"꼬였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뭐랄까? 음 조정에 불만이 많은 듯해요. 아전들까지 분위기가 얼음이잖아요."

"호호, 그래 나도 그 점이 의문이다. 원래 나같은 아전들은 관장과 조정을 빌미로 호가호의하며 사는 것이 법이거늘 이곳 아전들은 그게 아니야."

오포장의 말대로 서북지역의 아전층은 경기도나 삼남 지역과는 달랐다. 경기 삼남 지역의 아전들은 지역의 관장과 조정에 밀착되어 있었다. 아전의 힘은 그들의 권력과 배경으로부터 나온 것이기에 아전층의 해바라기 속성은 정평난 것이었다.

"홍가 있지요? 왜 그사람을 아전들까지 싸고돌까요?"

가희가 갑자기 홍경래를 물었다.

"호호, 나도 그것이 이상하다. 안주 박천 영변의 아전들 모두가 그를 감싸고 돌아. 웃기지 않니? 검계나 명화적패에 불과한 인물을 그렇게 보호하려 하는 게?"

"홍가를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요?"

오포장은 담뱃대를 연신 맛좋게 빨아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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