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81회 12장 춤추는 검계(劍契) (4)
[연재소설 청룡도] 81회 12장 춤추는 검계(劍契)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1.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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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장은 영변관아의 작청(作廳)에서 형방을 만났다. 형방은 막하(幕下)들과 무엇인가를 열심히 토의하고 있었다. 오포장이 통인패를 보여주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같은 아전 신분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었다.

"포청에서 사람들이 올라왔다더니 님자였구료?"

"호호 님자라고요?"

"협조할 것이 무엇인지요?"

형방이 자리를 내주며 물었다. 막하 한명이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을 나갔다. 이방이나 영변부사의 책실로가 보고를 할 참인 모양이었다.

"호호, 박천에서 들은 것인데요. 이곳에 오면 홍가가 있는 곳을 알수 있다고 해서요?"

"홍가? 홍대인을 말하는 건가요?"

"호호, 맞아요. 이곳 사람들은 그를 장군 또는 홍첨지라 부른다는데요."

첨지를 하급 직책으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첨지는 당상관인 무장을 말한다. 중군(中軍) 이상을 맡을 수 있는 상급 무장이다.

오포장이 형방의 얼굴을 주시했다. 얼굴이 두텁고 눈매가 찢어진 것이 뇌물을 아주 좋아할 듯했다.

"박천 형방이 그리 말하던가요?"

"네 맞네요."

"그런 미친 넘하곤...끄응!"

"호호 미친 인사라뇨? 누가요?"

"박천 형방 말입니다. 시골 형리라 똥오줌 못가리는군요. "

형방이 입가의 주름을 씰룩거리며 인상을 우그러트렸다. 무엇엔가 한방을 맞았다는 표정이었다.

"호호 똥오줌이라 하셨나요? 어머, 점잖치 못하시다."

"홍대인은 박천에 근거지가 있는 걸로 압니다. 가산, 운산, 박천 3개 고을이 그의 주요 활동 무대니까요. 그런데 지역의 형방이란 작자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호호, 그래요? 홍가가 문제의 인물인가요?"

오포장이 넌지시 유도질문으로 나왔다. 그때서야 형방도 눈치를 채고 말머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문제아는 아니고요. 포청생활은 어떻습니까? 형리 생활은 한양에서 해야 하는데 쩝."

"호호, 영변에 홍가의 행적은 전혀 없다는 말인가요? 그 말 책임질 수 있나요?"

"책임이라뇨? 무엇을 책임진단 말입니까?"

"호호 형방께서는 포청단속금조항목을 모르시지 않지요?"

"뭐라고요?"

현존하는 좌우포청등록에 보이는 포청의 중요 활동 사항을 규정한 문서는 '포청단속금조항목28조'가 있다. 28조의 1,2,3조는 모반대역, 모반, 요서요언이다. 포도청은 국가변란의 중대범죄인 모반대역과 모반에 대한 1차 대응과 1조 2조의 초기 단계인 '요서요언'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중요 업무로 하고 있었다. 실제로 조선후기 실록에 나타난 50여 건의 요서요언 사건 거의 전부를 포청에서 해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숙종 때는 괘서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포청 종사관을 국왕이 직접 불러 문초(약간의 고문)를 가하는 등 조정의 업무 강도도 상상 이상이었다.

"호호 설마 요서요언 유포죄와 불고지죄를 모른다고 하진 않으시겠지요?"

"아니, 갑자기 웬 요서요언입니까? 그것하고 홍대인하고 무슨 상관이라고요?"

형방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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