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80회 12장 춤추는 검계(劍契) (3)
[연재소설 청룡도] 80회 12장 춤추는 검계(劍契) (3)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1.21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러면 곤란하지?"

"뭐시라?"

갑자기 왈짜들을 막아선 사내들이 있었다. 그들도 여러 명이었다.

"응?"

오포장과 가희는 왈짜들 앞에 나선 사내들을 보고 놀랐다. 험상 굳기가 먼저 온 왈짜들과 오십보백보였다.

"아무렇게나 숟가락을 들이미시면 안되지?"

"이 자식들 봐라, 니들은 동문장이나 핥으면 되지 왜 이쪽을?"

순식간에 상인들이 뒤로 피하고 왈짜들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대치를 했다. 영변을 양분한 왈짜들의 세력싸움이었다. 검계들의 구역다툼인 것이다.

현존하는 좌우포청등록에는 패싸움으로 인한 사상자의 양산과 사건들이 무상으로 기록되어있다. 무리배들이 싸움을 위한 습진을 하는 연습을 평상시에 한다는 공초도 있다. 습진은 일종의 군사훈련이다.

이 시대 조선에는 1천여 개의 시장이 있었다. '만기요람'에는 경기도 102개소, 충청도 157개소, 강원도 68개소, 황해도 82개소, 전라도204개소, 경상도276개소, 평안도 134개소, 함경도28개소를 기록하고 있다. 만기요람은 어린 순조를 보필하기 위해 신하들이 만든 국정현황을 모은 책이라는 것은 이미 말한 그대로다.

만기요람은 모든 향시는 한 달에 여섯 번 장이 서는 것을 원칙으로 특정해 놓고 있다. 一.六日장, 二.七日장, 三.八日장, 四.九日장, 五.十日장이란 것이다. 오늘날 지방에 남아있는 장날이 이때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장의 유례와 질서 못지않게 상인들의 단결력도 대단했다. 그들은 지역별, 도별, 전국적으로 질서정연한 체계를 갖추고 정보의 교환은 물론 조정의 방침과 검계 등의 위협으로부터 대처를 하고자 했다.

현존하는 '충청상무사좌사'의 기록에 따르면 지역 7~8개 읍의 상인들의 총회가 있고 총회가 있는 날이면 홍회장인 접장(接長)을 중심으로 선두, 중군, 호위군으로 오열종대로 해당 고을을 행진하며 상인조합의 깃발을 수십 개나 세우고 삼고(三鼓)와 육각(六角)의 악대가 음악을 연주했다. 선창자가 사분의 사박자의 노래 이 소절을 부르면 전상인들이 후렴을 한다.

"에~와 에~와 에와자 좋다."

후렴은 음선음조(陰旋音調)로 장단을 쳤다. 상인들이 나름대로 일사분란한 군기가 선 조직임을 알 수 있다. 충청상무좌사는 저산팔읍으로 불리던 서천, 한산, 정산, 홍산, 청양, 비인 등 삼베가 유명하던 지역을 말한다.

"어머? 싸움 좀 구경하고 가죠?"

가희가 왈짜들의 싸움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오포장의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호호, 계집이 무슨 사내들의 싸움을 구경하니? 혹시 저것들 중 마음에 드는 놈이라도 있나보지?"

"칼자국 그 자 멋있잖아요. 힘도 강할 것 같고..."

"호호, 왈짜들의 패두니 힘도 세기는 하겠지. 응 혹시 너....?"

"호호 맞아요. 연장도 실할 거 가토. 큭큭."

"이런!"

가희가 오포장의 손을 피해 앞으로 내달리며 깔깔거렸다. 성문을 들어서자 성안 풍경이 장관이었다. 군사 도시이자 적유령산맥이 지나는 곳 중 가장 큰 고을답게 기와집이 즐비했고 민가의 처마가 연이어 성문에서 관아까지 비를 맞지 않고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