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76회/ 11장 신도(薪島)에 모이다 (6)
[연재소설 청룡도] 76회/ 11장 신도(薪島)에 모이다 (6)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1.1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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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사가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섯다. 얼마 후 있을 신도 회합을 준비하기 위해 선발대로 신도에 들어갈 참이다.

"장군, 다녀오겠습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길을 나서는군. 차근차근 꼼꼼하게 살펴."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장봉사가 선원들을 모두 이끌고 기방을 떠났다. 장봉사는 신도에 들어가는 해로와 포구 그리고 섬 안의 상황을 살필 참이다.

서북의 바다에는 황당선(慌幢船)이 수시로 출몰하고 있었다. 황당선은 잠상선(밀수)이나 해적선을 말한다. 서북해역은 황해수영에서 탐망선과 유격선을 계속 띄워 대처를 하고 있었다.

조선수군은 바다에 떠있는 모든 배들을 수시로 검문했다. 어선이나 상선 세곡선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수군은 검문의 목적을 황당선의 적발보다는 온갖 핑계를 대어 어선에서는 고기를, 상선에서는 물품을, 세곡선에서는 쌀을 뜯어내는 일을 업무(?)로 했다. 부대 운영비를 그런 방식으로 해결했던 것이다.

일이 이 모양이 되자 바닷일을 하는 백성들은 수군을 황당선이나 비슷한 존재로 여겼다. 수군금조항목(水軍禁條伉目) 10조에 황당선의 검문, 해적선의 방어, 도서의 감시가 들어 있는 만큼 신도회합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했다. 참고로 영조 30년, 정조 15년 기록에 보이는 황해수영의 함선은 40척이 보인다.

황해도 평안도 해역은 황해수영의 작전권 아래 있었다. 이 시대 조선의 항해력은 보잘 것 없었다. 영조 때에 있었던 경강상단의 대해난 사고를 당한 후 조선의 해상력은 급격하게 몰락했다. 조선의 무역선이 서해를 가로질러 중국으로 가는 항로를 택하지 못할 정도였다. 청나라로 가는 배들은 황해 평안도 연안 해역을 통해 발해만을 거쳐 산동반도로 가는 항로를 택하고 있었다. 이 항로는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가 개척한 항로였다. 백제는 해상왕국이었다. 백제는 일본 중국을 무상으로 왕래한 항해력과 함선의 건조술이 있었다. 이로볼때조선의 항해력이 급격히 퇴보한것을 알수 있다.

 

"형님, 수군이 비선을 만든 후부터 서북바다에서 무상으로 검문을 하고 있습니다."

우군칙이 말했다. 비선(飛船)은 영조 말에 새로 만든 수군의 탐망선으로 연해의 수군 작전에서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작은 군선을 말한다.

"일진이 사나우면 수군과 마주칠 수가 있어. 만사 불여튼튼이지. 그런데 그 친구는 어딧나?"

"김박혁 말입니까?"

"그래. 김밀수보다는 부르기가 좋군. "

"저쪽 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고 있던데요."

우군칙이 기방의 뒷곁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커다란 감나무 두 그루가 큰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는 매미들이 서늘하게 울었다.

"누구와 바둑을 두는 거야? 혹시 선아와..."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 그거 구경거리군."

홍경래가 집 뒤로 돌아 나무그늘 아래로 갔다. 평상 위에 바둑판을 놓고 김밀수와 선아가 맞주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온통 바둑판에만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쉬잇!"

홍경래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던 우군칙을 제지하고 바둑판을 살폈다. 바둑은 4배자 바둑이었다. 바둑은 불과 30여 수 진행되고 있었고 형세로 보아 맞바둑이 분명했다. 홍경래는 더욱 놀라운 표정으로 선아를 바라보았다.
선아는 아예 돌부처가 되어 있었다. 선아가 때이른 위기를 맞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실력 차는 접바둑을 둬야 마땅한데도 선아의 바둑 눈을 트이게 하려는지 맞바둑으로 두어주고 있음이 분명했다. 맞바둑을 둘 때 나타날 수 있는 초반 형세의 국면이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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