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71회/11장 신도(薪島)에 모이다 (1)
[연재소설 청룡도] 71회/11장 신도(薪島)에 모이다 (1)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2.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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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왔다.

강상(江上)은 여름 한철 풍어를 노리는 어부들의 작은 배들로 북적였고 강 언덕에는 철모르는 아이들이 소리를 치며 뛰어 놀고 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미루나무잎은 푸르고 그늘 속에서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은 귀청을 때렸다.

무더운 날씨였다. 구양(九陽)이 타고 염초(焰醋)가 끓는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강상을 항해하는 어염선(漁鹽船)은 맞바람을 맞고 있어 더위를 조금은 덜 수 있었다. 홍경래는 선수에 앉아 역린하는 청천강의 물결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벌써 한 시각도 넘게 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장군?"

장봉사가 홍경래의 옆으로 와 다시 불렀다.

"장군?"

"응...? 어 그래 무슨 일인가?"

홍경래가 깜짝 놀라며 반문을 했다.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하시는지요? 너무 침묵이 길기에  불러 보았습니다."

"아 그래? 내가 그랬었나?"

홍경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배의 난간을 두 손으로 잡고 팔굽혀펴기를 몇 회했다. 잠깐 졸음이 쏟아진 모양이었다.

"박천형방의 좌막 말입니다."

장봉사가 말했다. 좌막(左幕)은 형방 밑에 있는 형리(刑吏)를 말한다. 형방 아래에는 좌막, 우막 ,중막 하는 수하들이 있다. 오늘날의 경찰 형사반의 반원들인 셈이다.

"오포장이 나를 찾더라는 그 말 말인가?"

홍경래는 박천 관아에 와서 홍경래를 염탐하고 간 오포장의 정보를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박천, 가산, 정주, 안주 등 주변 관아에는 홍경래의 동조자들이 쫙 깔려 있어 위급한 정보는 시시각각 들어오고 있었다.

"그 인사가 종횡무진으로 휘젓고 다니게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무슨 방법 있나? 조정에서 민심을 탐문한다고 내려보낸 인사를 어찌 하겠어?"

"그렇기는 하나 동지들 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사기라니?"

"신도회합을 통문하다 보니 오포장 일로 동지들이 많이 위축되어 있더군요."

장봉사가 홍단에 뜻을 함께 하고 있는 동지들이 포청 기찰을 우려하고 겁을 먹고 있음을 말했다.

"흐흐, 도둑이 제발 저린 게지. 못난 인사들하곤.... 지놈들이 무슨 역당 모의라도 했다고 겁을 먹는 게야? 겁을 먹기를..."

홍경래가 혀를 찼다.

"암행어사가 발행을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장봉사도 뱃전을 잡으며 말했다. 배가 잠깐 요동을 했다. 바다가 가까워 질수록 강폭이 넓어졌고 물살은 거칠었다.

"암행어사라니 그건 무슨 소리인가?"

"정확한 첩보는 아닌데 그런 소문이 관장들 사이에서 나온 모양입니다."

"어떤 관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인가?"

"영변부사와 안주 목사가 며칠전 바둑을 둔 모양인데 그 자리에서 어사가 발행했다는 말이 나온 모양입니다."

"그래? 조금 더 채근을 해보지 그랬어?"

"봉수들에게 단단하게 일러 놓았습니다. 장군, 엎친 데 덮친 것 아닙니까?"

장봉사가 서북으로 몰아쳐 오는 조정의 압박을 말했다. 포청의 기찰과 암행어사의 잠행은 분명 심상치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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