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70회 10장 양산박(7)
[연재소설 청룡도] 70회 10장 양산박(7)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2.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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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방은 전혀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관장이 자신을 직접 불러 갑자기 관내 검계의 동향을 묻는 일이 이상했고  그 자리에는 처음 보는 사람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임성고는 오포장의 신분을 형방에게 밝히지 않았다.

 “검계라니요?”
“관내에 검계가 있는냐 그 말일쎄?”
"사또? 민호 기천을 헤아리는 고을에 웬 검계입니까요? 검계는 안주와 영변 등 도회지에도 없는데요.”
형방이 검계를 강력히 부인했다. 관내에 검계가 있다면 그  지역의 관장은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조정의 책임 추궁이 크다. 형방의 입에서 관내에 검계가 있다는 발언이 나온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형방은 관내 육방 중 서열 4위에 해당한다.

조선은 실제로 정무를 처리하는 6개 단위의 행정집행기구가 있었다. 육조(六曺)가 그것이다. 육조는 나름의 서열이 있다. 고려시대는 이,병,호,형,예,공조 순이었고 조선시대에 들어와 '주례'의 순서에 따라 호조와 예조가 위로 올라가 이,호,예,병,형,공조의 의전 서열이 정해진다.

육조에는 당상관으로 판서, 참판, 참의가 있어 삼당상(三堂上)이라 했다. 병조에만 참지(參知)라는 당상관 한 자리가 더 있었다.
당상관 아래에는 '낭청'이란 정랑, 좌랑 등이 실무를 담당 처리하게 된다. 육조에는 사(司)라는 오늘날의 국(局) 또는 실과가 있고 아전과 세리들이 소속되어 공무를 본다. 지방 관아도 이것을 원용하여 육방권속이 있는 것이다.

주례는 주나라시대 완성된 국가 업무분장법으로 조선은 행정군(行政軍) 모든 부분에서 이것을 따르고 있다. '경국대전' 자체가 주례를 원용하고 있다.

“호호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형방께 하나 물어보지요?”
오포장이 형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뭘 말이요?”
형방이 웬 인간이냐는 듯 오포장을 쏘아 보았다. 그 사이를 임성고가 끼어든다.

“형방, 대답을 잘 해주시게.”
“호호, 싸나운 눈매...무섭네요. 검계가 없다하니 홍단을 물어보지요?”
“홍단요?”
“홍단의 근거지가 박천이라는데 사실인가요?”
“허? 무엇인가 조금 잘못 아셨군요. 홍단은 평안도의 인사지요. 검계하고는 전혀 다른...”
형방이 뜬금없이 평안도를 들고 나왔다. 평안도는 조선 팔도 중에서도 큰 도였다. 정2품관인 관찰사가 다스리는 지역인 평양과 정3품관 도호부사가 있는 6읍, 종4품관 군수가 있는 곳이 18읍, 그리고 종5품관 현령이 있는 6읍, 종6품관 현감이 있는 곳이 5읍, 도합 42고을에 종6품관이 관리하는 대동도(大同道) 어천도(魚川道)의 역참이 있는 대도(大道)였다.

“호호, 갑자기 웬 평안도를 거론하시죠?”
“홍단은 홍가라는 사람을 말하는데 그는 함경도의 유지입니다. 박천의 인물이 아니라 도 전체의 인물이란 말이지요. 그를 물으려면 평양이나 안주 등에서 물어야 한다는 그 말씀이지요.”
형방이 홍경래를 적극 옹호했다. 홍경래는 함경도의 구름(전설)이었다.

“호호, 생각할수록 궁금한 인사란 말이야?”
오포장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평안도 관내에 들어서 처음 들었던 사람 이름이 홍경래였고 그가 예상 외로 큰 인물로 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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