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장성욱 교수를 만나다
[인터뷰]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장성욱 교수를 만나다
  • 조호익 기자
  • 승인 2019.12.2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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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내 풍선폐쇄 소생술(REBOA)’로, 대량출혈 환자의 생존률을 높인다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개]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생명을 위협하거나 장애를 유발하는 다발성 골절, 출혈 등을 동반한 중증외상환자를 위하여 즉각적인 환자소생, 응급수술 및 시술이 가능하고, 중환자 치료 등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외상 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또한 권역 내 외상환자의 사고예방, 현장처치, 환자이송, 병원간 이송, 재활치료에 이르기까지 외상 전 분야에 걸쳐 행정기관, 소방기관과 협력하여 치료 결과의 향상을 위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외상분야 연구, 외상 통계 및 각종 데이터를 생산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2014년 개소한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Our mission is your life(우리의 사명은 당신의 생명입니다)’를 모토로 환자 치료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외상소생실, 외상진료구역, 외상 전용 중환자실 및 입원실, 수술실, 방사선 및 CT실, 혈관조영실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혈관조영기, MRI, CT, 초음파검사기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외상 환자 전용으로만 24시간 365일 준비되어 있다. 센터 개소 당시 전체 외상환자수의 14%에 불과했던 중증외상환자수가 해마다 증가해 2018년에는 21%까지 높아져 권역 내 외상치료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복부에 혈액이 고이는 혈복강이나 골반골절 등으로 발생한 대량출혈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동맥내 풍선폐쇄 소생술(Resuscitative Endovascular Balloon Occlusion of the Aorta, REBOA)’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응급의료기술인 REBOA 치료의 활성화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장성욱 교수(흉부외과)를 충남투데이 조호익 천안본부장이 만나봤다.

▲ 대량출혈,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나?

  대량출혈로 인한 사망은 외상 후 6~24시간 이내 발생하는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가슴, 배의 주혈관 손상, 고형장기 손상, 골반 손상 등에 의해 발생한다. 대량출혈이 발생했을 때 출혈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출혈 부위를 조기 지혈하거나 응고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이나 조건을 가능한 빨리 교정하는 ‘손상통제소생술(Damage Control Resuscitation)’을 권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동맥교차클램프(Aortic Cross Clamp, ACC)는 응급소생가슴절개술을 받은 환자에서 출혈량을 줄이고 대뇌와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술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흉부외과 또는 외상외과 등에서도 상당한 기간의 수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침습적이고 상대적으로 많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하부 몸통에서 발생한 출혈만을 줄이기 위해 단독으로 대동맥교차클램프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의학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가슴절개술을 하지 않고도 대동맥내 풍선폐쇄 소생술(Resuscitative Endovascular Balloon Occlusion of the Aorta, REBOA)만으로도 대량출혈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 REBOA 치료가 가진 장점은?

  위에서 언급한 대동맥교차클램프와 REBOA 모두 하부몸통 손상 환자, 즉 골반이나 배 안에 대량출혈이 동반되어 있는 환자의 출혈을 감소시키고 관상동맥을 포함한 대뇌와 폐로의 혈액량을 일시적으로 늘려 순환혈액을 재분배할 수 있는 손상통제술이다.
  이중 REBOA는 대동맥교차클램프에 비하여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대동맥교차클램프에 비해 비교적 덜 침습적이고, 출혈 위치에 따라 대동맥 폐쇄 위치를 바꿀 수 있어 다른 장기의 허혈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풍선의 팽창을 조절할 수 있어 혈압과 폐쇄 상부의 출혈 및 폐쇄 하부의 허혈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로써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줄이고 보다 효과적인 손상통제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허혈 : 조직의 국부적인 빈혈 상태,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것이 원인

▲ REBOA 교육코스를 만들었다는데, 만든 계기가 있다면?

  이 시술이 최대한의 손상통제술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응급실 도착 20분 내에 시행되어야 한다. 또 30분 이내에 대동맥을 폐쇄할 수 있도록 REBOA 후 추가적인 손상통제술이 필요하며, 환자 도착부터 추가적인 손상통제술까지 60분 이내로 하는 것이 환자 생명을 살리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REBOA 시술 자체는 아주 복잡하지 않으므로 혈관내 접근을 통한 인터벤션의 경험과 경력이 있는 의사라면, 비교적 단시간에 시술을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험과 경력이 있는 흉부외과, 혈관외과 또는 인터벤션 전문의 등이 24시간 365일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 도착 시 응급실 또는 소생실에서 위와 같은 권고사항에 따라 시술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므로 전공과목에 상관없이 대량 출혈이 동반된 환자를 처음으로 소생실 또는 응급실에서 만나게 되는 의사가 REBOA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누구라도 시행할 수 있고, 인터벤션 또는 외상수술팀의 호출이나 수술 준비를 위해 REBOA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육과 경험의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외국의 교육코스를 이수하고 학회에서 많은 간접 경험들을 할 수 없기에 한국형 REBOA 교육코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이를 위해 일본, 스웨덴, 미국 등 다수의 해외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REBOA 교육코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작년 5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REBOA 술기교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회(국내4회, 국제2회)의 시뮬레이션 교육을 진행했다. 현재는 우리 병원 권역외상센터와 외상술기교육연구학회가 주축이 되어 REBOA 치료를 활성화하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장성욱 교수는 권역외상센터 외상전문의로 근무하면서 대량출혈환자의 출혈양을 줄이는 REBOA를 비롯해 중증외상환자의 진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또한 권역외상센터 현지평가단 위원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대한소생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KTAT(한국형 전문외상처치술)’ 교육프로그램 강사로서 외상교육에도 기여하는 등 다수의 연구와 활동으로 ‘2019 공공・응급의료 포럼’에서 중증외상환자의 진료 및 교육시스템 구축,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2월 3일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성공적인 REBOA 시술을 위해서는 시술자뿐만 아니라, 이를 도와주는 간호사, 영상의학과 기사 등을 포함한 보조인력, 그리고 시술이 마쳐진 후의 외상외과, 마취과, 인터벤션 등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각 임상과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나 본인이 속한 전문 그룹에서만 시행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모든 임상과가 함께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여 오롯이 환자에게 집중하게 되면 결국에는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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