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64회 10장 양산박(1)
[연재소설 청룡도] 64회 10장 양산박(1)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2.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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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목사의 부탁을 받고 향반들 중 가장 드센 인사 몇을 골라 정신이 번쩍 나게 해준 오포장은 안주의 접경에 있는 박천에 들어와 있었다. 박천군수는 며칠 전 임성고로 바뀌어 있었다.
박천은 대정강 하류를 끼고 있는 분지로 바깥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는 지형(地形)으로 풍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박천의 초입인 대정강 하류는 청천강과 만나는 지점인지라 거대한 사주(沙州)가 발달되어 있었다. 사주에는 선착장이 있어 청천강을 이용하는 항로의 중요한 기착점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지역을 다복동 또는 양산박이라 불렀다. 수호전에 나오는 도적들의 은거지와 닮았다 해서 나온 말이다.

박천에는 장용영의 둔전이 있다가 혁파된 후 노론 유력자들의 사유지가 된 후 군수들은 노론의 허수아비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군정보다는 토지주인 유력자들의 재산 관리가 우선인 인사들이었다.
이 박천에 한때 ‘백동수’가 군수로 근무한 적이 있다. 1802년 군수로 와 1년여를 보낸 적이 있었다. 정조의 배려로 장용영 둔전 관리를 위해 군수를 한 것이다.
백동수는 이덕무와 처남매부지간으로 ‘무예도보통지’ 편찬시 무술 자문을 한 인물이다. 백동수는 협객으로 유명했다. 특히 장창의 고수로 장용영 전체 봉술 교관을 지내기도 한다. 백동수는 이덕무 박지원 박제가 등 당대의 인사들과 두루 교류하며 문인 기질도 드러낸다. 박제가와는 술집에 칼을 맡기고 술을 먹을 정도로 막역하게 지냈다.

“꼭 그리할 필요가 있었나요?”
가희가 오포장을 따라 대정강 나루에 내리며 말했다. 이 동리가 다복동이다.

“호호 뭐가 말이니?”
“박행수란 사람을 포청까지 보낼 필요가 있었나 해서요?”
가희가 안주 도고상 박상수를 거론했다. 박상수는 가희가 장부책에 끼워 놓은 벽보로 인해 언참 유포자로 한양 포청으로 이송을 보낸 뒤였다.

“호호, 그게 마음에 걸리니? 하긴 죄를 덮어 씌운 셈이니 마음이 편하지 않겠지. ”
“추국을 당하다 보면 물고가 날 텐데요?”
“호호, 그렇게까지야 되겠니? 평양감영에서 풀려날 게야.”
“네에?”
“호호 평양감사가 허수아비가 아닌 이상 죄 없는 자기 백성이 포청으로 압송되는 것을 보고만 있겠니? 물증 부족으로 감영에서 풀려날 거야. 겁을 잔뜩 주는 선에서 일을 수습하기로 다 꾸며져 있어.”
오포장은 가희의 걱정을 덜어주고는 작은 길을 걸어 다복동으로 들어갔다. 다복동은 산모퉁이를 돌자 나타났다.

“어머? 이렇게 큰 마을이 있다니?”
“호호. 양산박이라더니 정말 그렇구나.”
오포장도 마을 안으로 들어서며 놀랐다. 마을 규모와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즐비한 것이 한 고을의 읍(邑)이라 해도 될 정도였다.

“마을이 다 잘 사는 듯하네요.”
“호호, 그렇구나. 함경도가 살기 좋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가봐. 어디 주막이라 찾아 보거라.”
오포장이 마을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어머. 저기 잔칫집이 있네요. 채알(차양)을 친 것이... 기름 냄새도 솔솔 나고요.”
가희가 가리키는 집은 커다란 기와집이었다. 집의 마당에는 커다란 장막이 몇개 쳐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환갑 잔칫집이 분명했다. 마당 안에는 커다란 평상이 놓여 있고 그 위에 바둑판 몇 벌이 차려져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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