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59회 9장 역간계 逆間計(3)
[연재소설 청룡도]59회 9장 역간계 逆間計(3)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1.2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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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래는 나대곤을 돌려보낸 후 선아를 대동하고 청룡사로 향했다. 청룡사는 홍경래의 본산채에서 산등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청룡사는 홍경래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었다. 젊은 시절 청룡사에서 공부를 했었고 이곳에서 우군칙 이희저 등의 동지들을 만나 뜻을 모은 곳이기도 했다.

“선아야 시경에 사랑을 노래한 시가 많다고 했지?”
“네,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노래가 많은 것 맞아요.”
선아가 풀숲에서 들꽃 한 송이를 꺾어들고 앞서가며 말했다. 선아는 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립고 사랑하고... 하하 그 말 듣기 좋구나. 어디 시 한 수 들려 줄 수 있겠니?”
홍경래가 말했다. 선아는 망설임 없이 시경의 시 하나를 꺼내든다.

   짝 찾는 새의 울음
   모래톱에 들려오니
   아름다운 아가씨는
   이내 몸의 좋은 짝.

선아가 노래한 사는 시경의 첫 장인 관관저명(關關雎鳴)이다. 즐겁되 음란하지 않고 슬프되 상처가 되지 않는(樂以不淫哀而不傷) 언어의 집약을 보여준다.
시경은 사랑의 노래와 은근히 사회 참여를 주장한다. 나라에 대한 백성들의 가감 없는 원망을 전하고 덕과 예 그리고 충이라는 대의에 입각한 사회 공동체를 지향한다. 한마디로 시를 통하여 개인과 사회의 공존과 번영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찰지고 순수한 인간의 시대가 공맹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문(文)이 곧 도(道)라는 인식을 얻으며, 문이 가치인 인문학의 시대가 열린다. 그 시대는 무려 2000년을 유지했으니 위(500)의 문제(文帝) 조비의 전론(典論)이 무색하다.

- 문장은 나라를 다스리는 대업이요. 영원히 썩지 않는 성사(盛事)다. 인간은 때가 되면 명을 다하고 영화와 안락은 개인의 일상에 그치지만 문장의 무궁함은 그렇지 않다.
 조비의 이 탁견은 동양사상의 인문주의적 공리주의를 대변한다. 신분의 차이와 빈부의 차이로 문장을 비교하지 말라는 이 말은 고려시대의 대 문장가인 이인로(李仁老)가 파안집에서 이렇게 보충하고 있다.
- 세상에서 빈부귀천을 논할 수 없는 것은 오직 문장이다. 문장은 일월의 하늘을 곱게 하고 구름이 하늘에 모였다 흩어지는 것처럼 눈 있는 자 모두가 보게 마련이며 갈포를 입은 선비라도 문장이 넉넉하면 능히 무지개처럼 빛이 난다.

고어에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갈 때까지 가다가 결국 처음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대자연의 순환 원리에서 자유스런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저 중원의 태초 같은 산곡(山谷)에 의지하고 공동체를 꾸미며 시경을 노래하던 사람들은 이미 물극필반의 도리를 알았다.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주어진 여건에서 그저 마음 편하게 살자던 이 소박한 사람들은 들판에 씨 뿌리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아내와 자식을 거두며 도란도란 살기를 원했다.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고 자연을 노래하는 여유를 즐겼다.

 세상의 사내들은
 덕행을 모르시나
 바라는 바 크지 않지만
 무슨 화가 있으리오.

시경은 이미 이 원시적 시대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의 속성을 간파했다. 자기 분수를 넘는 욕망이 천명(天命)을 저어한다는 경계는 시경이 나온 지 3천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하하 좋도다. 인간의 사랑이 햇빛만큼이나 산천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구나.”
홍경래는 멀리 내려다보이는 박천과 가산을 내려다보며 가슴을 폈다. 첩첩산중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었다. 산길이 끝나는 곳에 절이 있었다. 청룡사 그곳에는 선승(禪僧) 만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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