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57회 9장 역간계 逆間計 (1)
[연재소설 청룡도] 57회 9장 역간계 逆間計 (1)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1.21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포장의 안주 향반에 대한 압박은 곧바로 홍경래의 귀에 들려왔다. 장봉사도 의외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런 엉뚱한 짓을 하다니 이상합니다."
"거참, 국체사건을 체탐하고자 온 포도청의 포장이 엉뚱하게 토학질에 나서다니?"
홍경래도 장봉사의 보고를 받고 반문을 했다. 포청에서 나온 체탐반은 홍경래의 주목 대상이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촌각을 다투어 보고되고 있었다.

"나대곤도 당한 모양입니다."
"나행수가?"
나대곤은 안주의 선상(船商)으로 홍경래에 포섭된 인물이다. 안주에서는 나대곤을 통해 여러 명의 동조자들이 추가되기도 했다.

"얼마간의 재물을 빼앗기고 목사의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포세혐의를 벗었답니다."
"포세?"
"엮을 것이 그것밖에 더 있습니까?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없고 더구나 장사꾼이니 속절없이 당했겠지요."
"허?"
홍경래는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포청에서 나온 기찰이 한가하게 도고상들의 세금죄를 물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목사의 장난인 듯합니다."
"목사의 장난?"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엉뚱한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장봉사가 먼저 상황을 정리해 냈다.

"목사가 조종영이라 했지?"
"네. 노회한 늙은이라더니 이런 식으로 향반들의 군기를 잡는겁니다."
"오포장이 그리 호락호락 관장의 청에 놀아날 인물이 아닐 텐데?"
"서로 이익이 되는 어떤 모사가 있었겠지요."
"하여튼, 오포장을 예의주시하고 나대곤도 진정을 시켜. 그리고 말야. 이번 회합건은 어찌 되었어?"
홍경래가 말을 돌렸다. 장봉사가 품속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놓았다. 그 위에는 빼곡하게 사람의 이름과 지역이 써 있었다. 삼십여 명은 족히 되는 인물들이었다.
(용천-홍경래 채유린 / 가산-이희저 우군칙 / 곽산-김창시 홍총각 김국범 / 태천-김사용 / 개천-이제초 이제신 이하유 / 봉산-윤후겸 / 안주-양수호 곽수점 김대련 나대곤 / 송도-권경백 이은항 / 영변-김운용 채남도 / 재령-장지환 김석량 / 평양-황재창 / 박천-허신행 김지간 최대운 / 정주-김이대 곽신원 / 선천-유문재 원대천 원대유 최대봉 / 철산-정경행 / 귀성-차용수 / 의주-김의간...)

"날짜는?"
"이달 그믐 신도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신도에?"
"그곳이 눈을 피할 수 있는 절호의 장소입니다. 서북의 위아래가 모두 모일 수 있는 교통로이기도 하고요."
"좋아. 기찰이다 뭐다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는 우를 범할 수는 없지. 통문을 돌려, 다만 주의를 단단히 강조를 하고 말야"
홍경래는 장봉사의 의견을 허락했다. 신도(薪島)는 의주와 용천 사이에 있는 작은 섬으로 뱃사람들이 쉬어 가는 곳으로 관의 눈이 미치지 않는 섬이었다. 이들 명단은 홍경래 사건을 기록한 모든 역사적 기록 속에 보이는 사람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