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53회 8장 국마 國馬(4)
[연재소설 청룡도] 53회 8장 국마 國馬(4)
  • 이은호 작
  • 승인 2019.11.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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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장은 형방에게 서북지역의 백성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이것저것을 캐물으며 정보를 얻었다. 안주가 서북의 중요 도회지고 목사가 관장을 맡고 있는 탓에 기찰정보도 이곳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호호, 이 지역에서 가장 날리는 검계의 패두는 누구죠?”
“검계요?”
“홍뭐라던데....?”
“홍가를 말하나요?”
형방이 홍가(洪哥)를 말했다. 홍가는 홍경래의 또 다른 이름이다.

“호호, 그래요 홍가, 그자가 서북의 장군이라면서요?”
오포장은 안주에 들어와 홍경래의 이름을 들었다. 기찰포교가 어떤 지역에 들어가 첫번째 챙기는 것이 지역의 유력자들과 검계였다.

“홍가는 검계의 인사는 아니지요.”
“호호, 검계가 아니면 뭔가요?”
“검계라면 상인이나 백성들을 상대로 겁박을 가하고 재물을 갈취해야 되는데 홍가는 그렇지를 않지요. 오히려 지역의 인망을 얻어 유지가 된 인물입니다.”
“호호, 세력이 있다던데... 홍단인가 먼가...?”
오포장이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검계의 패두는 추포 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상례였다. 홍가가 안주관아의 형방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홍가는 검계의 인사는 아닙니다. 그런 일로 기찰이나 추포를 받은 적도 없고요.”
형방은 더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다른 문서더미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목사가 오포장을 찾는다는 전갈이 왔다.

“호호, 목사께서 무슨 일로...”
오포장은 뒤통수를 긁으며 목사의 집무청으로 갔다. 목사는 '조종영'이었다. 그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략과 용맹을 함께 갖춘 인물로 필자가 많은 신세(?)를 진 사람이다. 필자가 홍경래전을 쓰는 계기를 준 '관서평란록'의 저자다.

“부르셨는지요?”
“앉게. 박대장은 안녕하신가?”
조종영이 박기풍의 안부를 물었다. 그들 당상(堂上)들은 서로 통하는 곳이 있었다. 당상은 정3품관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조선의 관원이라면 누구나 꿈꾸던 자리다. 당상이 되어야만 한양의 독립 관청의 수장이나 지방의 대도회지의 책임자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사또라 부르는 현감은 종6품관, 군수는 종5품관이었다. 찰방으로 불리는 역로 책임자는 정6품관으로 지방과 지방을 잇는 도로와 역마의 관리를 위해 만든 관청이다.

“호호, 평안하십니다. 헌데...?”
“내가 자네를 보자고 한 것 말인가?”
“호호, 고상하신 영감께서 객지 아전을 부르시니...?”
“허허 사람하고, 국사에 당상 아전이 따로 있는가? 포청이 이곳에 사람을 보낸 이유가 궁금해서네?"  나도 이곳에 부임을 해보니 영 분위기가 아니야.”
조종영이 장죽에 담배를 재며 말했다.

“호호, 영감께서도 그리 생각하시는지요?”
“허... 사람아, 호호가 뭔가?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좌포청의 수석 포장이... 츄츄.”
조종경이 장죽으로 청동 재떨이를 두들기며 말했다. 재떨이를 때린 울림이 집무청 안을 요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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