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52회 8장 국마 國馬 (3)
[연재소설 청룡도] 52회 8장 국마 國馬 (3)
  • 이은호 작
  • 승인 2019.11.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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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선은 전차에 해당하는 '치중거'를 앞세운 활 조총 총포부대가, 그리고 2선에는 장창 단창 부대가, 3선에는 기마병이 대열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적군과 접전이 되어 1천 보에 다가오면 홍이대포가 불을 뿜는다.  홍이대포는 서양식 개념의 화포로 영조 때 군영에서 제조되어 실전 배치된 무기다. 숙종 때는 8백 보를 사거리로 한 저격용 조총이 제조되어 실전에 배치된 적이 있을 정도로 한때 조선의 군대는 동북아시아 최강군의 전력을 유지한 적도 있었다.

접전군이 3백 보에 다가오면 각종 소형 총통이, 1백 보에 다가오면 조총 활이, 그리고 50 보에 근접하면 치중거가 적의 선봉을 막고, 2열에 대기하고 있던 장단창 부대가 고함을 지르며 몇 개씩의 돌을 던지고 무기를 든 채 적진으로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인다.

치중거의 돌격과 2선 부대의 분전으로 승기를 잡고 적진의 틈새가 벌어지면 드디어 기마군이 돌진, 전선에 쐐기를 박고 도주하는 적병을 요격하는 것이 조선군의 전투방식이었다.  시석(矢石)과 조총탄이 난무하는 전쟁의 1선을 뚫고 기마군이 전진하는 식의 전쟁은 그야말로 영화 속에나 있는 것이다. 기마군은 유격부대다. 빠른 이동으로 전장의 요충지를 장악하고 적부대의 이동을 교란하는 등 탁월한 장점이 있기에 기마군의 육성은 동서양 전쟁사의 과제이기도 했다.

기마군은 가장 단출한 무장이 필수였다. 말의 빠른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이 경무장이다. 말은 자신의 몸무게의 5분의 1을 넘는 무개를 등에 태우는 작전은 불가능하다. 평균 400킬로그램의 말이 80킬로그램을 견딜 수 없다. 마사회에서 기수를 선발할 때 몸무게 50킬로그램 이하가 필수인 것도 이유가 있다.  온갖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 육중한 장군이 철갑을 입고 활과 칼을 차고 엄청난 무게의 청룡연월도를 들고 전장을 달리는 모습은 희극이다. 오포장은 안주읍을 돌아본 후 관아로 가 형방을 찾았다. 형청은 분주했다.

“호호 무슨 일이라도....?”
“아, 별건 아니고요. 정주에서 사람이 실종되었다는 보고가 있어 목사께서 수탐 지시를 내려 그것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형방이 오포장의 물음에 친절하게 대답을 했다. 행정과 경찰기구가 분리되지 않았던 조선의 형방은 안주관아의 수사과장이라 할 수 있다.
조선의 지방관아는 육방권속이라는 전문인들이 있었다. 지방관아는 목군현으로 나뉘는데 가장 말단인 현의 권속의 수가 160명 정도이고 보면 오늘날의 지방 군청의 공무원 수와 비교가 된다.

관아는 이방을 필두로 육방 서리와 이속, 군관, 사서, 급사, 기생 등이 각기 맡은 임무를 수행했고 이들은 소정의 급료와 관아에 속한 토지의 이용권과 각종 이익권에 지분을 갖고 생활을 영위했다.
육방권속은 조선시대 지방의 세력가였다. 이방을 차지하기 위한 지방 토호들 간의 이전투구가 빈번할 정도로 이방은 지방 사대부의 그것을 능가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빈발하는 사또 옆에서 품위 없는 웃음을 날리는 이방의 모습은 코미디다.

“호호, 정주에서 누가 사라졌단 말인가요?”
“백경한이라고 그곳에서 이름이 있는 인사가 집을 나가 여러 날 돌아오지 않는다는 가족의 청원이 들어온 모양이오.”
“호호, 잘나가는 인사가 집을 며칠 안 들어온다고 그게 무슨 큰일인가요?”
“그의 가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오. 목사께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신 듯 수탐을 하라는 게지요.”
형방은 정주관아로 내려보낼 문서를 작성하며 말했다. 조선의 행정 체계는 상상 이상으로 정교했다. 18세기 금영(공주감영)과 남포현 간의 오고간 문서가 전하는데 남포해안에 떠오른 신원불상의 변사자가 그날로 금영에 보고되고 다음날 금영관내의 모든 해안을 끼고 있는 현에 선박사고나 해안 사고자를 묻는 질문이 내려갈 정도다.
변사자의 처리 방식이 발견지와 상급관청의 서류 속에 단 이틀 사이로 등장한다는 것은 조선의 행정이 오늘날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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