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48회 7장 백경한 사건 (7)
[연재소설 청룡도] 48회 7장 백경한 사건 (7)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1.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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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대장은 박기풍이라지?”
“박종경의 후임으로 그자가 온 모양입니다. 원래 무장이라 단순 우직한 자입니다. 그러나 오포장, 그자는 대단한 자입니다.”
“나도 그자의 이름을 알고는 있어. 우리들의 모략책이 씨가 먹히기는 한 모양이군.”
홍경래가 두 손을 마주 잡고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의 앞에는 서북 42관의 지도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장군, 김대감에게서 간찰이 왔습니다.”
“김재찬에게서?”
“네 장군.”
“이리 주게.”
홍경래는 장봉사에게서 간찰을 받아 펼쳤다. 김재찬은 평양감사를 끝으로 퇴직하여 보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자로 홍경래와는 감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고 있었다.

“끄응.”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장봉사가 홍경래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홍경래가 간찰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김대감도 기찰을 받고 있어 몸조심을 한다는군.”
“그렇군요. 조정도 허수아비가 아닌 이상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요,”
“태워.”
“네 장군.”
“앞으로 어쩌면 좋겠나?”
장봉사가 간찰을 불에 태우며 홍경래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구체적인 행동을 한 바 없으니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모략전을 펼칠 때 이 정도 일은 충분히 예상했었고요.”
“하긴... 김대감도 크게 움직인 일이 없을 것이니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다 해도 잠시 자중을 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아닙니다. 장군, 이럴 때일수록 들쑤셔야 합니다. 서북은 우리가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아닙니까? 포청에서 내려온 놈들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할 수 있으니 그놈들을 이용해 민심을 더욱 흉흉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찰 몇 놈 내려와 쑤시고 다닌다 해서 진정될 민심이라면 파도는커녕 찻잔 속의 미풍만도 못한 것 아닙니까? ”
“하던 대로 계속하자는 말이지?”
“물론 주의는 해야겠지요. 산채간의 이동이라던지, 사람들의 주목을 끌 단행(團行)은 중단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 이대인이나 감사용 등에게도 첩보를 주고 돌아가는 상황을 잘 파악해.”
홍경래는 장봉사에게 지시를 한 후 막사에서 나와 마사(馬舍)에서 말 한필을 끌고 나와, 선아를 불러 앞에 태우고 산길을 내려와 박천평야를 달렸다. 박천은 사방이 산곡에 갇혀 있었으나 10년 전 장용영의 둔전이 설치되어 있었을 정도로 전답이 넓고 기름진 곳이었다.

“저.....?”
선아가 홍경래의 앞에 앉아 좌우로 스쳐가는 수숫대며 깻잎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냐? 관아에서 돌린 용모파기라면 걱정 말거라. 형식상 하는 거란다. 그놈들에게 절대로 선아 너를 내주지 않는다."
홍경래는 선아의 근심을 알고 걱정을 덜어주었다. 말발굽 소리가 다듬이 방망이를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운 논에는 피살이를 하는 농부들이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부르는 권농가가 흥겹기도 해다.

“대장님, 감사해요.”
“감사? 아니다. 나는 선아 너보다 몇 살 어린 아들이 둘이나 있단다. 아이들은 신포에 살고 있지.”
“신포요?”
“용천 말이다. 나는 너를 보면 이이들이 생각난다. 선아 너도 나의 자식이다. 자 우리 한번 말을 달려 보자꾸나.”
홍경래는 선아를 뒤에서 끌어안고 말고삐를 채고 박차를 가했다. 말이 갈기를 휘날리며 황톳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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