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46회 7장 백경한 사건(4)
[연재소설 청룡도] 46회 7장 백경한 사건(4)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0.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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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백경한 사건을 치르고 홍경래는 본채로 돌아와 칩거에 들어갔다. 백경한을 결단한 것은 충격이었다. 아무리 담대한 그라 해도 의와 협에서 나무랄 곳 없던 협객을 주살한것은 양심이 저린 일이었다.

선아는 산생활에 잘 적응했다. 박천 관아에서 관노비 선아가 도망을 쳤다는 용모파기의 방이 붙기는 했으나 그런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홍경래는 무경칠설을 독서하고 간혹 선아를 불러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냈다. 홍경래는 무경칠서 등 많은 병서들 중에서 손자병법을 좋아했다. 홍경래는 손자병법의 군형(軍形)에 심취해 있었다. 군형은 전략의 다른 말로 조선시대에는 비변(備邊)이라고도 했다.

손자는 군대를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점을 부대의 안전에 두었다. 안전을 위해서는 부대의 전투 행위를 최소화하고 적을 이길 수 있는 최대한의 조건이 만들어졌을 때 전투에 나서라 한다. 적의 공격을 모략(謀略)으로 억제하고 공격에 나설 때는 적이 방어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무경칠서 중 첫손에 꼽히는 것으로 손자, 손빈 2대에 걸쳐 만들어진 것으로 중국 병서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손자병법은 수당시대 당태종과 이정이 만든 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이위공문대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非戰思想)을 강조한다.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방법이 상책이고, 공성전이나 시석전(矢石戰)을 불사하는 것이 최하책이란 것이다. 이위공문대는 당태종과 군사전략에 밝은 이정(李靖)이 문답식으로 나눈 대화집이다.

홍경래는 병서들 속에서 심리와 모략에 관심이 많았다. 심리와 모략은 약한 힘으로 강한 상대를 대항할 때 유용한 전법이다. '해서승룡 서북용출' 등의 언참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었다. 손자병법은 무경칠서 중에서 전쟁의 상황과 변화를 현실적으로 기록한 것이나 나머지는 개론서에 불과하다.

무경칠서 중 하나인 '사마법'이 말하는 전법은 지극히 평법하다.

- 싸움(작전)의 방법은 먼저 사기를 진작시킨 다음 군령을 발표하여 상벌에 대한 엄격한 시행을 강조하고 부하들을 대함에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로 인도하며 때로는 경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부하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각자의 직무에 전념토록 한다. 적진에 들어가 적을 제압하게 되면 공로가 있는자에게 관직을 주어 다스리게 한다. 이것이 전법이다(以職命之是謂戰法).

사마법이나 손자병법 등에 보이는 전법이나 전략의 개념은 현대적인 군개념과는 조금 다름을 알 수 있다.


"장군?"

"오 들어와."

홍경래가 막사 안으로 들어 오는 장봉사를 보고 말했다. 벌써 며칠째 독서와 바둑 등으로 시간을 보낸 탓에 그의 얼굴이 핼쑥했다.

"백경한 일은 안되었지만 잊으십시요?"

"잊어야겠지. 그러나 나의 의를 위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것은 영 괴롭군."

"장군, 김창시를 자중시켜야 하지 않을는지요?"

"김창시를?"

"네. 너무 나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장봉사는 김창시를 거론했다. 김창시는 홍경래의 측근이기는 했으나 직계는 아니었다. 서북에는 홍경래를 비롯한 이희저 김사용 등 각지의 군웅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김창시는 홍경래와 의기투합한 뒤로 각지의 군웅들을 결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병가지상사 아닌가? 좀더 지켜 보자고."

"그리고 장군, 포청에서 일단의 기찰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벌써 안주에 들어온 모양입니다."

장봉사가 말을 바꾸어 한양에서 올라온 기찰 포교들을 보고했다.

"정확한 말인가?"

"안주관아의 봉수가 전해온 것입니다. 책임자는 오포장이랍니다."

"오포장?"

"오소비라고 뱀 같은 인사로 알려져 있는데 좌포청의 기둥이랍니다."

"그래? 인원은 몇 명이나 된다던가?"

"기찰 다모까지 합해 예닐곱 명 되는모양입니다. 발행 목적은 해서승룡 서북용출 때문이 분명하고요."

홍경래는 장봉사의 말을 들으며 전율을 느꼈다. 조정이 의외로 빠르게 대처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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