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42회 6장 피바다의 시간(7)
[연재소설 청룡도] 42회 6장 피바다의 시간(7)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0.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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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安州)는 함경도의 중요 도회지로 정3품관인 목사가 책임자로 있는 곳이다. 안주는 병마사가 있는 영변과 더불어 조선 북방 방어의 요충지로 무관을 보임하는 곳이기도 했다.
조선은 한양 5부와 8도 320관의 행정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진관체도와 제승방략을 국방 정책으로 고집한 탓에 조선의 지방관은 행정 책임자임과 동시에 국방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지방관직은 원칙적으로 문관 독점직이었으나 국경지역과 해안지역의 요충지는 특별히 무반을 관장으로 보임하기도 했는데 안주, 영변, 의주, 경흥 등 북방 거점 지역과 동래, 남해 등 해안지역이 그런 경우였다.

오포장은 안주관아에서 황해도 해안을 돌아온 장포교 일행과 만났다. 원래 정주에서 합류키로 했으나 길목인 안주에서 만난 것이었다. 그들은 형청(刑廳)의 방 하나를 얻어 서북 양로를 훑어오면서 얻은 체탐(體探) 자료를 분류하면서 안주의 첫날을 보내고 있었다.
체탐이란 말은 적진에 침투시키는 첩보원을 말하는 것으로 세종실록에 처음 등장하는 말이다. 육진 개척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체탐과정이 선행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냥 누군가 장남삼아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장포교가 장첩을 꺼내들고 고을마다 떠도는 언참의 유형을 설명했다. "호호, 장난이 아니라면....?"

"배후가 의심됩니다."
"호호 배후? 언참을 퍼트리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겠지?"
"포장님, 그렇지 않고서야 고을고을마다 벌집 쑤신 듯 이럴 수는 없습니다."
장포교가 털복숭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옆에는 두 명의 기찰포교들이 두 눈을 껌벅이며 앉아 있었다.

"호호, 평양 안주로변도 그랬어. 초포조생 말야."
"맞습니다. 초포가 바다가 되면 정씨가 나타나 목자를 꺾는다는..."
"쉿! 호호 자네 목이 몇 개야? 목자를 운운하다니?"
오포장은 전주이씨를 말하는 목(木)을 거론하는 장포교의 입을 막았다. 왕의 이름자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미 출간된 책에서도 왕의 이름자는 종이를 오려 붙여 가리는 것이 국법이었다.

"어쨌든 경신에 진인이 온다는 말까지 있어 해안지역이 몹시 불안합니다."
장포교 옆에 있던 포교가 말했다. 키가 크고 눈매가 매서운 임포교였다.

"호호, 경신년?"
"포장님, 올해가 기사년이니 내년이 경오년 다음해가 신미년 아닙니까?"
"호? 내년 후년 사이에 온다는 말이군?"
"상당히 구체적이지 않습니까?"
"구체적이라? 호호 자네는 무슨 난리라도 일어나길 바라는 듯하네? 그런 거야?"
"네에?"
"호호, 하여튼 소란스러워. 소란...."
오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형청의 문을 열었다. 관아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제까지 들끓던 연경사신단이 빠져나가고 뒷처리로 정신이 없었다. 형청 안에도 청소를 하는 관아 기생들의 바쁜 손길이 있었다. 어떤 기녀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어리석게 살지 말자.
인생백년 잠깐이다.
좋은날과 아름다운 밤을 즐기자.
(好天良夜且追遊)
청풍명월을 배반치 마라
(靑風明月體睾負)
술 먹고 여색을 즐기고 바둑 두고 음악 들으니
신선세계 웃기지 마소.
(酒食色談圍碁好樂莫論神仙有他界)

관아의 기생이 술과 바둑을 노래하며 세상을 비웃고 있다. 도덕군자연에 매달리는 사회의 벽과 허황한 이상세계를 말하는 고담준론에 침을 뱉는 이 노래는 서상기(西廂記)의 한토막이다.
조선의 관아에 속했던 기생이란 말은 관아에 속한 모든 여자 노비들을 말하는 말로 그들의 주요 업무는 관아의 잡무였다. 그 잡무 중에 수령이나 관아를 방문하는 관원들의 시중을 드는 것도 포함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류의 수청(?) 인식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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