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41회 5장 피바다의 시간 (6)
[연재소설 청룡도] 41회 5장 피바다의 시간 (6)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0.15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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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가 울고 있었다. 소쩍새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잠이 오시나요?”
“호호 잡소리 말고 어서 자 이년아?"
오포장은 쉰소리를 하는 가희를 나무라며 벽을 보고 돌아 누웠다. 쉽게 잠이 오지 않을듯했다.

“주무세요.”
“알았다. 어서 자.”
오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롱불을 밝혔다. 그리고 장책과 세필을 꺼내 하룻동안의 일지를 적었다. 그리고는 다시 천장을 보고 누워 한숨을 내쉰다.

“호호, 보통일이 아닌 듯해. 무엇인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어...”
오포장은 독백을 내뱉었다. 오랫동안 기찰포교로 살아온 그였다. 육감과 범죄의 냄새를 맡는 데는 스스로도 탁월하다고 자부하던 그였다. 그런 오포장의 육감이 서북지역에 분명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호호, 그래 이율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 ”
오포장은 정조 6년에 있었던 이율사건을 떠올렸다. 언참 사건이 일어나면 항상 비교 대상이 되던 사건이 이율사건이었다. 오포장이 선배 포교들로부터 귀가 아프게 들었던 사건이 그것이었다.
이율은 함경도 지역의 선비로 어느날 한 인물에게 포섭되어 엉뚱한 사상에 빠져 망조가 든 인물이었다. 이율은 정조 앞에서 이렇게 진술한 바 있다.

“김이용은 과연 와서 만났는데, 대개 몇 해 전에 냉정동(冷井洞) 정내겸(鄭來謙)의 집에서 여러 차례 서로 만났던 사람이었습니다.
김이용이 신에게 묻기를, ‘구례(求禮) 화엄사(花嚴寺)의 중 윤장(允藏)이 일찍이 그 절에 정감록(鄭鑑錄)을 숨겨둔 죄로 흑산도(黑山島)에 귀양갔는데, 나는 본래부터 그 사람이 문장에 능하고 경서를 잘 외운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정감록을 나는 비록 직접 보지 못하였으나, 향악이 문양해에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그 가운데 이르기를, ‘우리 나라는 6백 년이 지난 뒤에 1백 년간 전쟁이 있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진정비결(眞淨秘訣)》과 정감록은 서로 맞아 떨어진다고 하였으며, 이른바 세 집이라는 것은 곧 정가, 김가, 유가인데 1백 년 동안 전쟁을 하더라도 우리들 생전에는 그럴 염려가 없을 것 같다.’라고 하니, 김이용도 또한 듣고 기뻐하였습니다.
심지어 땅임금(坤帝)이니 현신(玄神)이니 하는 따위의 말에 대해서도 신이 정말로 주고받은 말이 있었는데, 홍복영(洪福榮)은 자기 아내가 시골로 내려가는 것을 저지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기도한 일이 있었습니다.”

(金履容問於臣曰: ‘求禮花嚴寺僧允藏, 曾以其寺藏置鄭鑑錄之罪, 配黑山島, 而吾素知其人, 能文善誦經矣。’ 臣曰: ‘鄭鑑錄, 吾雖未目見, 而聞香嶽之言洋海者, 則其中有曰: 「我國歷六百年後, 有百年干戈之說, 而眞凈秘訣, 與鄭鑑錄相符云。 所謂三家, 卽鄭、金、劉三姓, 而百年干戈, 吾輩生前, 似無此慮」 云。’ 則金履容亦聞而喜之矣。 至於坤帝玄神等說, 臣果有酬酢, 而洪福榮, 以其妻之沮戲下鄕, 故有此祈禱之事矣。” 問曰: “國祚編年, 與金履容酬酢時, 藏在汝家云, 然否?” 供曰: “未嘗藏置家中, 而國祚編年, 則卽指鄭鑑錄等諸書也。)
이 사건이 나기 전 3년 전에도 정감록으로 인한 또 한번의 옥사가 일어난다. 문초를 받는 박서집은 이렇게 말한다. 실록의 기록이다.

“저는 어렸을 때 언문으로 된 정감록을 보았습니다. 해도 남방의 섬에서 4백 년 왕조의 운이 다하는 날 바다 도적이 일어나 쳐들어 오면 木을 변으로하는 정씨가 나타나면 바다 도적을 물리치고 정씨 이전의 나라는 망한다는 내용이었나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보이는 언참류의 서적은 정감록, 남사고비결, 국조편년, 승문연의, 경험록, 신도경. 금귀서 등이 더 있는데 신도경은 도교의 태을경을 말하는 것으로 도술 점술 등과 관계된 책인 것으로 보면 언참류의 본질이 정리가 덜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정감록류를 내세우는 사건들은 중구난방이다. 그러나 언참이 목적하고자 하는 방향은 선명하다. 이씨 왕조의 시대는 끝났고 바야흐로 정씨 또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새 나라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한가지 유의할 것이 있다. 영정조 시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이 두 왕의 시대에 정감록이 집중적으로 유포되었던  점이다.

“이율 사건 때 새로운 세상을 열 진인이 열세 살이라 했단 말이야? 호호 그 자가 자랐다면 지금쯤 마흔 살 정도 되었다는 말인데...”
오포장은 이율 사건에서 진인의 나이를 유추해 보며 고민을 했다. 머리가 아팠다. 몸은 피곤했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예민한 성격 탓이기도 했으나 자신이 거대한 폭풍의 가장자리에 다가서 있음이 느껴져 더욱 어수선했다.

“엥? 이년이!”
오포장은 갑자기 자신의 몸 위로 나무토막이 쓰러지는 것을 느끼고 소리를 쳤다. 온 방안을 쓸며 자던 가희가 다가와 다리를 올려놓은 것이다.

“여보?”
“미친 것?”
오포장은 자신의 몸에 거머리처럼 달라 붙는 가희를 피해 아예 잠자리를 옮겼다. 옆방에서는 객손이 창기를 불러 호들갑(?)을 떠는 소리까지 들려 이래저래 피곤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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