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40회 6장 피바다의 시간 (5)
[연재소설 청룡도] 40회 6장 피바다의 시간 (5)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0.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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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발참(출발)을 한 오포장과 가희는 이틀 만에 안주(安州)에 도착했다. 오포장은 이동 중에도 길가의 마을과 주막 등을 염탐하며 '초포조생 해서승룡' 등의 언참을 살폈다.
조선은 개국초부터 사통팔달의 도로망을 갖추고 있었다. 한양과 의주, 한양과 동래, 한양과 경흥, 한양과 목포를 잇는 사통로(四通路)에 종횡으로 팔로를 갖추어, 고려 때 설치한 원(院)을 축으로 25리마다 기발(驥撥)을, 30리마다 보발(步撥)을 설치하여 공무중인 관원들의 편의와 통신파발망으로 활용했다.

기발과 보발의 거점을 발참(撥站)이라 하고 이곳을 지키는 병사를 발군(撥軍)이라 했다. 전쟁이나 변란 등 중차대한 국가 통신은 주로 이 발참이 이용되었는데 한양에서 공주목(3백 리 길)에 새벽에 기발을 띄우면 그날 밤중으로 통신이 도착될 정도로 빠르고 신속했다.

1차 통신망으로 봉수체제가 있었지만 봉수는 많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데 많은 제약이 있어 발참이 중요한 통신 수단이었다. 발참은 25리마다 말을 대기시키고 바톤 터치를 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휴...!”
오포장이 탐문한 언참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안주의 초입부터는 아예 방(傍: 벽보)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공공연했다. 안주 목사는 더이상의 언참의 유포를 막기 위해 방을 붙여 놓고 있었다.

방.
해서승룡은 없다. 초포조생도 없다. 위 요설을 퍼트리는 자 장 백에 처하고 옮기는 자 장 20에 처한다.
“호호, 관장들까지 용을 쓰고 있네... 박종경 대감이 인상 한번 쓰면 조선이 떤다더니... 쩝.”
오포장은 실실거리며 방 한장을 찢어 소매 속에 접어 넣으며 말했다.

“박대감이 임금님 삼촌이라지요?”
“호호, 맞다. 상감께서 정조임금 후궁이신 박씨 소생 아니냐?”
정조는 다섯 명의 여자와의 사이에 2남 2녀를 두었다. 박종경이 김조순과 더불어 조정의 실세인 까닭은 순조의 외가라는 점도 반영이 된다.
  1. 효의왕후 김씨.  청품김씨 김시묵의 딸. 1753년에 태어나 10세에 세손비로 간택. 1821년 68세로 죽었다.
  2. 원빈홍씨. 홍낙춘의 딸이자 홍국영의 동생. 정조의 후궁이 된 지 2년 만인 1779년에 죽었다. 홍씨의 죽음은 정조와 홍국영에게 큰 충격이었다. 국장 못지 않은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3. 의빈성씨. 정조의 장남인  문효세자를 낳았으나  5세에 죽는다.
  4. 수빈박씨. 반남박씨 박준의 딸. 1790년 순조를 낳고 숙성옹주를 낳다. 숙성옹주는 홍현주에게 시집간다.
  5. 화빈윤씨. 딸 하나를 낳고 죽었다.

오포장은 안주관아에서 객사를 얻으려다가 실패하고 물러났다. 청나라로 가는 사신단이 모든 객사를 점령한 탓이었다.
어제 오늘은  재수 없는 날이구나. 

“어디 주막방이라도 잡자.”
오포장은 가희와 읍내의 한 주막방을 빌렸다. 주막마저 사신단을 수행하는 잡인들이 들끓어 겨우 빈방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너는 저만큼 떨어져 자라 냄새 피우지 말고?”
오포장이 가희가 깔아 놓은 이불 위에 누우며 말했다. 가희는 방문 쪽에 자신의 이불을 깔며 대꾸를 했다.

“냄새는 먼 냄새요? 단단히 씻었거든요? 걱정말고 주무세요.”
“니년 잠버릇이 보통이냐? 평양객사에서는 새벽에 나를 껴안지 않았니?”
“그거야 너무 피곤하다보니 그런거지 아무렴 내가 오포장님이 좋아서 껴안았겠어요?ㅍ
“호호, 하여튼 오늘밤에 가까이 오면 죽을 줄 알아라?”
오포장은 자리에 앉으며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패서 죽이게요?”
“호호 그럼 이년아. 패야 뒈지지 달리 죽이는 방법 있니?”
“몽둥이로요?”
“몽둥이도 좋겠지.”
“가죽 몽둥이로 맞아 죽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요?”
가희는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웃었다.

“가죽 몽둥이? 호호 그런 것도 있니?”
“호호, 오포장님 달고 다니잖아요?”
“....?”
가희가 소청 이불을 끌어다 자신의 머리를 덮으며 수줍어했다. 오포장은 그때서야 가희의 말뜻을 알고 자신의 오라줄 뭉치를 이불 위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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