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홍주 출신 전운상 장군의 육조홀기(육군 교범)로 본 홍경래의 난 -Ⅱ
[기획] 홍주 출신 전운상 장군의 육조홀기(육군 교범)로 본 홍경래의 난 -Ⅱ
  • 이 청 충청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0.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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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주의 인물중 전운상(1694-1760) 장군이 있다. 그의 후손가에서 나온 육조홀기는 조선군의 전술 교범으로 의미가 있다. 필자는 홍경래난의 전장에서 관군과 반군간의 전투에 육조홀기가 충실하게 반영됨을 알고 이글을 쓴다.

뚜우.
  홍경래군은 송림벌판을 3개 부대로 편재해 도열해 있었다.   홍총각은 그 3개부대의 하나를 몰고 나와 4개 방향으로 전개하고 있던 관군의 중앙을 돌파하는 작전을 펼쳐왔다. 선봉은 말을 높게 탄 홍총각이었다.

  홍총각은 말잔등 위에서 화살을 난사하며 일단의 기마대를 몰아 관군의 중앙을 헤집고 들어왔다. 기마군은 40필 정도의 약소한 위력이었으나 뒤를 바짝 따라오는 조총부대의 순차발사가 결정타가되어 진(陳)을 벌여놓고 있던 관군의 중앙이 무너져버린다.

“퇴각하라.”
“퇴각!”
  소라소리와 함께 관군이 일사분란하게 퇴각을 했다. 관군은 송림에서 천여 보를 뒤로 후퇴하여 다시 진열을 정비했다.

“저 자가 홍가인가?”
이해우가 송림이 전체적으로 내려다보이는 망루에 앉아 전장을 주시하다가 비장에게 물었다.

“홍가는 아니고 막하 중의 한명입니다.”
  비장이 홍경래군의 정보가 담긴 책자를 넘기며 대답을 했다. 관군은 난이 반발한 지 수일 만에 홍경래군의 내부사정을 거의 정탐해 내는 기민함을 보인다.

“그래. 이영식, 이영식은 어딨나?”
  이해우가 망루 아래에 대기하고 있던 이영식을 불렀다. 곽산에서 가족을 잃고 단신으로 빠져나온 곽산군수였다.
“부르셨는지요? 장군!”
  이영식이 망루 위로 바람처럼 뛰어올라왔다. 갑주대신 관장들이 입는 평복에 칼을 차고 있었다. 그는 죄인(?)이기도 했다. 적당에 자신의 관리지역을 빼앗긴 것이다.

“그대를 후원장에 임명한다. 예비군 일천 기를 몰고가 적의 후방을 쳐라. 할수 있나?”
“장군, 죽을 각오로 임하겠나이다.”
  이영식이 보직도 없이 전쟁판을 눈치를 보고 있다가 일천 기의 독전관이 되자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의 입에서 붉은피가 흘러내렸다.
“나가라.”
  이해우는 이영식에게 군령을 주고 전쟁을 독려했다. 반군의 거침없는 공세에 최초로 펼쳤던 진을 허무는 수모(?)를 당한 이해우는 이영식의 투입으로 곧바로 전장의 흐름을 뒤바꾼다. 실제로 이영식이 이끄는 부대가 홍경래군의 배후로 돌아 공세를 가하자 반군은 우왕좌왕하다 진을 송림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게 된다.

“이영식이 지나치게 나가면 회군령을 내려라. 그리고 각부대의 장수들을 본영으로 소집하라.”
  이해우가 비장에게 다음 작전을 지시하고 망루에서 내려와 말을 달려 전선의 최일선으로 나갔다. 그의 경험상 첫날 전투는 이것으로 끝났다. 이날의 전투는 반군과 관군이 각자 승기를 잡은 것으로 서로의 생각이 달랐다. 실제로 양쪽의 피해와 전과는 대동소이하다.
  기록으로 보이는 이 전투에 동원된 관군의 병력은 대략 3천 명으로 파악된다. 용장 이해우를 필두로 장용영 무술교관 출신 ‘이해승’이 240명을 이끌고 송림 동쪽에 진을 치고 함종부사 ‘윤육열’이 끌고온 460명이 서쪽을, 그리고 중앙을 순천부사 ‘오치수’가 이끄는 부대가 맡고 후방을 이해우가 1200명의 병사들을 밀집대형으로 집결시켜 놓고 있었다.

  남북군으로 양분된 홍경래군의 병력은 대략 2천. 한때는 1만 명씩 몰려다니던 일반백성들을 제외한 순수한 병력 2천은 반란을 일으킨 지 며칠 만에 이해우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치고 있었다.
  박기풍이 이끄는 선봉군이 안주성에 입성을 하자 곧바로 이효헌의 본군이 뒤를 따라 들어왔다. 순무영은 안주에 입성하기 무섭게 서북의 모든 병권을 회수하고 순무영군 휘하로 재배치를 한다. 대본영이 설치된 안주목사청은 거대한 작전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효헌 박기풍이 상석에 앉고 좌측에는 순무영 장수들과 우측에는 이해우, 조종영, 신대영, 이해승 등 안주관군을 이끌던 제장들이 앉아 있었다. 첫번째 보고자는 이해우였다. 그가 평상 위에 놓여 있는 작전지도를 손으로 집으며 전쟁상황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반군의 수괴 홍가가 이끄는 부대는 정주성으로 들어갔습니다. 홍가가 점령했던 박천 가산은 완전 수복을 했습니다.”
“곽산 철산 방향으로 전개하던 부대의 정보는 어떤 것인가?”
  박기풍이 북진군의 정보를 물었다.

“의주까지 진출했던 북진군은 의주에서 의병장 김견신부대의 저지를 받고 부대를 돌려 남진중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남하를 한다면 정주성으로 합류를 하겠군?”
박기풍이 지도 위의 정주성에 장기알만한 표식을 오려 놓고 물었다. 표식 위에는 적당이란 붉은 글자가 쓰여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병사, 그들이 곧바로 청천강을 넘을 가능성은 없는가?”
  이효헌이 팔짱을 끼고 거만한 자세로 물었다. 그는 양서순무사로 종2품관이었다. 종2품관은 고위직 중의 고위직이다. 그 위로는 영돈녕 김조순, 행호군 박종경 외에 좌우의정과 영의정이 있는 정도다.

“병법을 잘 모르는 놈들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해우가 박기풍과 이효헌의 상반된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병법을 모르는 놈들이라고?”
  박기풍과 이효헌이 동시에 물었다. 두 사람 다 뜻밖이란 표정이었다.

“아직까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병법을 아는 자들이라면 부대를 두 개로 나누어 남북 양쪽을 모두 도모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라면 일로 진공을 취했을 겁니다.”
  이해우가 크지 않은 군세를 두 개로 나누어 힘을 하나로 합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는 반군의 초기 작전을 파악하고 내린 판단이었다.

“하하, 이병사가 자신만만하군. 역시 장용영 출신이야.”
  박기풍이 이효헌의 얼굴을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그들은 모두 장용영 출신이었다. 조선군의 핵심 엘리트들은 모두 장용영 근무경력이 있었다. 목사청 바깥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렸다. 안주성은 이미 평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열여덟 살.
친정살이 하는구나.
어머니는 문밖으로 나와 맞이하고.
여동생 쪼로로 달려와
보따리를 받아주네.
오라버니 눈을 흘기고
올케 입을 삐죽거리네.
오늘 왔다가 오늘 떠나지만
너희 밥 안얻어 먹고.
너희 술 안마실 거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청국의 유행하는 새아씨(新婦)였다. 노래에 전하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 고초를 겪는 여자들의 삶은 만주족이나 조선족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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