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36회 6장 피바다의 시간(1)
[연재소설 청룡도] 36회 6장 피바다의 시간(1)
  • 이은호 작
  • 승인 2019.10.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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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투전판에서 5백 냥을 잃은 오포장은 별다른 미련 없이 평양에 들어와 있었다. 송도에서 평양은 이틀 길이었다.

“배 안아프세요?”
“호호, 뭔 배?”
“그 많은 노자를 한판 바둑에 잃고 배가 안 아프시냐고요?”
가희가 평양 감영의 객사 한칸을 얻어 방에 짐을 풀고 있는 오포장에게 물었다. 송도와 평양의 중간역인 봉원(鳳院)에서 새벽별을 보고 출발했는 데도 평양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무렵이었다.

“호호, 방이 하나뿐이니 오늘은 니년하고 같이 자야겠구나. 기분 별로인데...”
“포장님, 그건  나도 기분 별로고요. 돈 잃은 기분이 어떠냐니까요?"
“호호, 뭐가 기분 나쁠 게 있니? 무거운 은자 송도에 맡겨 놓고 돌아가는 길에 찾아가면 되지.”
오포장이 객사 안의 우물에서 손과 얼굴을 씻으며 말했다.

“아 그거였어요? 어째 좀....”
“어째가 뭐? 호호 이년 봐라? 그럼 내가 검계놈들에게 피같은 은자를 날로 줄 거라고 보았니? 미친년하고는 츄츄...”
오포장은 따면 좋고 잃으면 도로 돌려받겠다는 심산으로 투전판에 낀 것이었다. 5백 냥을 잃고도 기분좋게 나온 것은 상대가 송도에서 말뚝을 박고 사는 검계의 패두이기에 언제라도 돌려받을 수 있고 잘하면 이자(?)까지 두둑히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포장은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다시 밖으로 나갈 차비를 했다.

“나가시려고요?”
“너도 대충 씻고 나오거라. 감영 근방의 주막에 있을 테니.”
오포장이 먼저 객사를 나갔다. 객사는 관원들의 숙박편의를 위해 전국의 모든 관아에 설치된 시설이다.
초포가 바다가 되면
닭산에 돌 하얗고요.

“......?”
오포장은 송도를 떠나오면서 마을마다 아이들이 모여 부르는 노래를 탐지했다. 새로운 노래 하나가 조선에 유행하고 있었다.

“초포가 바다가 되면 닭산의 돌이 하얗다? 호호, 그래 그렇다 이거지?”오포장은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의 의미가 불손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애들아 이리온?”
오포장은 떼를 지어 다니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맨발에 헝클어진 머리사이로 흰 석해가 하얀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해맑기만 했다.

“하하, 이 아저씨 환관 같다.”
“까르르 까르르!”
한 아이가 오포장에게 다가와 환관 같다는 말을 하자 모든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환관? 그래 환관은 환관이고 얘들아 너희들 그 노래 누구에게 배웠니? 선생을 아르켜 주면 당과자를 사주마.”
“당과자요?”
“호호, 그래 너희들 모두 먹을 수 있을 만큼 사주겠다.”
오포장은 아이들에게 숙제를 주고 주막으로 들어가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호호 초포조생(草浦潮生)이 분명해. 어느놈이 죽은 정감록을 불러내어 장난을 치는 거야. 그런데 장난치고는 이게 또 장난이 아닌 듯도 하단 말야.”
오포장은 독백을 했다. 초포조생은 초포가 바다가 되면 정씨 진인이 나타난다는 정감록의 참언 중 하나였다. 정감록은 조선 후기의 모든 기찰포교들이 알고 있던 책이었다. 정감록은 영정조 시대에 유행하던 도참서로 많은 사건을 일으킨 문제의 책이기도 했다.

“호호 고맙소.”
오포장은 주모가 가져온 탁배기를 한잔 자작으로 따라 마셨다. 그때 아이들이 주막으로 들어왔다.

“아저씨, 등짐장수에게 배웠어요. 한달 전쯤에요.”
“호호, 등짐장수? 보부상 말이니?”
“네, 됐죠? 당과자 사주세요?”
“사주지. 얘야, 등짐장수 누군지는 모르니?”
“그건 몰라요. 어서 당과자요.”
“호호, 알았다. 자 엽전이다. 너 이리온...”
오포장은 전대에서 엽전 몇 닙을 꺼내 한아이를 지목했다. 그 아이가 엽전을 받으러 다가오자 오포장의 주먹이 아이의 머리통에 가 꽂혔다. 좀전에 환관이라고 놀린 아이었다.

“아앙!”
“호화, 아앙은... 자 이걸로 당과를 사서 하나씩 먹거라.”
오포장은 우는 아이의 손에 엽전을 쥐어주곤 김치 한쪽을 집어 입에 넣었다. 당과자는 청국에서 들어온 일종의 사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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