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역사 칼럼] 한여름의 책 읽기
[충청 역사 칼럼] 한여름의 책 읽기
  • 이 청 논설위원
  • 승인 2019.08.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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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투데이 / 이 청 논설위원] 어수선한 시국에 잠시 소홀했던 책을 집어든다.  공장에서 빵 찍어내듯 출간되는 책들 중  양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못하겠다. 다만 날마다 당면하는 날들을 책과 글 속에 파묻혀 사는 필자는 다소간은 어렵지만 <춘추(春秋)>를 권하고 싶다.  

<춘추>는 미래가 궁금하다면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라(不知來視諸往) 한다. 이 말은 역사를 통해 오늘의 현재를 가늠하면 다가올 미래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하여 <춘추>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밝히는 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동중서’는, <춘추>는 일찍이 노나라 12대 왕정을 통해 사람의 길과 왕의 길을 밝혀 놓은 책이라 평가를 했다. <춘추>의 핵심은 전체를 통찰하고 원칙에 따라 사태의 이치를 파악하고 조례를 통해 유사한 사례를 취합하여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는 것이라 한다. 그 속에 사람의 길(人道)과 왕의 길(王道)이 있다는 것이다.  춘추시대는 놀랍게도 혈통과 문벌보다도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 했다. 춘추시대의 뛰어난 인재들은 저자거리나 낚시터 등 인간들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발탁되는 경우가 많았다. <춘추>는 복고(復古)와 개혁(改革)의 양립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춘추>를 마음의 책(心書)으로 생각한 사람이 정조다. 정조는 농사의 일은 농부에게 물어야 하고, 자신의 앞에서도 얼굴을 붉히며 바른말을 하는 정신이 <춘추>에 있다고 한다. 경당문노(耕當問奴)와 파안간쟁(把顔諫爭)의 정신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정조는 왕위에 오른 바로 그 해 자신의 통치기간의 공약을 발표한다. 공약은 단순하고 간단하다. 백성들을 잘 살게 하겠다(民産育成)는 것이다. 정조는 그 방법으로 절용애민(節用愛民)을 든다. 정조는 25년 통치기간 내내 자신의 공약(大誥)에 온 힘을 다한다.

정조는 재위 25년 간 복고와 개혁의 양립에 갈등을 한다. 정조시대 개혁과 복고는 경장(更張)과 인순(因循)이란 말로 쓰였다. 경장은 새롭게 하는 것이고 인순은 매너리즘을 의미한다. 정조는 개혁과 복고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대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조선의 오늘과 내일이란 큰 그림을 그린다.

좋은 책은 시대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 인생과 역사의 통찰력은 단순한 소일거리류의 독서나 영화 드라마 등으로는 절대로 길러지지 않는다. 시대의 통찰력은 역사의식에서 나온다. 역사의식은 오직 좋은 책을 읽는 것에서 나온다. 그것 외에는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요즘 드라마가 뜨면 알만한 저명 작가들이 그 드라마 제목으로 여러 종의 책들을 생산한다.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한 남대문시장의 좌판 장사(?)에 수많은 독자들이 시간을 내어 그 책을 읽는다.
흥미를 추구하는 것은 책의 본질은 아니다. 그런 시대도 있었지만 흥미 추구는 세상에 너무도 널려 있다. 책은 흥미 추구보다는 인간과 세상에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속에 춘추가 있다.  수천년 역사를 통해 변하지 않는 정신을 강조하고 시간이 지나면서도 오히려 그 정신이 더욱 빛나는 책 <춘추>가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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