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역사 칼럼] 주역 읽는 나날들
[충청 역사 칼럼] 주역 읽는 나날들
  • 이 청 논설위원
  • 승인 2019.07.25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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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그 아름다운 철학의 언어로 이성(理性)의 도서관을 세웠지만 간혹 인간에 대한 독한 말도 사양하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라스트 맨(Last .man)이다. 니체는 평생 온갖 인간을 분석 연구하면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인간은 가족도 주변은 물론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니체’는 1889년 1월 3일 토리노 6번지의 도로에서 어떤 마부의 채찍을 맞으며 울부짖는 말을 보고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말에 달려들어 목을 껴 안고 울다가 기절을 한다.

‘니체’는 이로부터 정신병을 얻어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고 운명을 다한다. ‘니체’ 일화에 등장하는 말과 마부 그리고 마차는 인간 ‘니체’의 상징이자 메시지다. 한문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관심의 끝에 도전을 하다가 포기하는 것이 주역(周易)이다.

초학자인 나도 이 책을 도전하다 낙상 했지만 간혹 이 책을 편다. 오늘 새벽 주역을 펼치니 ‘규(睽)’의 六三이 한눈에 들어온다.
 見輿曳 其牛擊 其人且鼼 无初有終.

길에서 수레가 부서지고 소는 뿔이 상했는데  마부는 죄인이 된다. 큰 탈은 없다. 소를 말로 바꾸면 ‘니체’의 눈물과 같은 생의 마지막 모습이 이 점사(占辭)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마부의 거친 채찍과 울부짖는 말의 고통 그 말을 달려들어 끌어안고 함께 아파하던 ‘니체’의 삶은 극적이다.  주역 ‘규’는 반목이다. 반목이 심하면 고립되고 외로움을 당한다.

‘규’는 불화로 떠난 여인을 말하는 괘다. ‘니체’의 마부와 말 그리고 마차는 어떤 여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니체’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친한 친구와 연적 관계였고 그들 세 사람이 마차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기적적으로 전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니체’의 정신병이 이들의 삼각관계에서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규’는 주역에서 유일하게 귀(鬼)를 언급(輿上之鬼)한다. 귀는 귀신 또는 좀비를 말하는 것으로 좋은 현상은 아니다. 주역은 고대의 점책이다.
하여 믿을 것이 못되지만 점술이 아닌 인간의 지식의 축적의 힘으로 읽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점술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식력(認識力)을 준다. 이 방식을 알려준 것이 놀랍게도 고대의 책 “계사전”이다.

(역)은 소리에 응하는 메아리처럼 멀고 가깝고 길고 얕은 구별 없이 모든 문제에 대해 그 앞날의 사태를 예고해 준다. (무상의 인식력 때문이다)
  其受命也如響 无有遠近幽深 遂知來物 非天下之至精 其熟能與於此.

인식력은 통찰이고 통찰은 인간의 안목이다. 안목은 지식과 정보와 지혜를 아우르는 힘이다. ‘니체’가 말한 라스트 맨을 한국 학계에서는 인간 말종으로 해석한다.

라스트 맨은 수레위를 타고 앉은 귀신이다.  자기외에는 아무런 감정과 태도가 없이 자기이기(自己利己)에 침몰해 산다는 것은 비극이다.  그것은 니체가 흘렸던 차갑고 서늘한 눈물의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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