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3회1장 홍단[벽산검]
[연재소설 청룡도] 3회1장 홍단[벽산검]
  • 이은호
  • 승인 2019.07.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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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래부대는 목우산 외에도 청룡산, 횡계산 등 두 곳에 산채를 더 운영하고 있었다. 모두 가산을 에워싼 산들로 교통의 요지이자 방어의 요새지였다.
 “여우같은 년 이라니 누구를 말하나?”

홍경래가 계천(溪川)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서 물었다.
 “박천 사또 부인 말입니다. 부임해 오자마자 목우산채로 선물을 한 보따리 보내오더니 백성들을 악랄하게 수탈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사또면 사또지 왜 그 안사람을 들먹거리나?”
  “사또가 약간 바보라는 말도 있습니다. 박종경의 인척인데 사람이 영 변변찮은 모양입니다. 대신 그 아내가 설치는 것이지요”
 “박종경은 지금 무슨 벼슬을 하고 있나?”
 “포도대장에서 형조판서로 승차한 모양입니다”
 “그래...”

홍경래는 입맛을 다셨다. 박종경(朴宗慶)은 정조의 발탁으로 벼슬에 오른 이후 정순왕후의 총애를 받아 병조와 군문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탐악과 물욕이 지나친 나머지 스스로 살인까지 한 경험이 있는 자이기도 했다.
  “박천 현감이 박종경의 인척이란 말이지. 우선 지켜보자고. 남목사와 한 얘기도 있고”

홍경래는 작은 개울을 훌쩍 뛰어 넘으며 말했다. 남목사는 의주 목사를 말하는 것이었다.
박천, 가산, 철산 등지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홍경래는 인근 의주, 안주 두 목사와 친하게 지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작은 소동을 일으켜 조정의 주목을 받아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남목사와 약조 때문에 저런 악질 관장의 패악을 두고 봐야 합니까?”  
 “남목사와 약조를 했으니 지켜야지. 먼저 남목사에게 기별을 넣어 자중을 시켜 보자고”

홍경래는 장봉사의 어깨를 툭 치고는 계천의 맑은 물을 두 손으로 한웅큼 떠 시원하게 마셨다.
구천지곡을 이루는 계천의 물은 차고 맑았다. 계천은 황계산의 서쪽에서 발원하여 가산을 휘돌아 대령강으로 들어가는 백리 하천이었다.
계천은 구장구곡(九腸九谷)의 몸짓으로 목우산 봉두산 청룡산 등의 기맥이 서로 마주치는 지형을 흐르며 산곡의 사람들이나 날짐승 들짐승 등에게 겨우 물맛을 보여 주는 첩첩산중의 단수였다.
 “남목사를 직접 만나시려는지요?”
  “눈들이 있으니 박천 김선비에게 연통을 하라고 해. 김선비가 향반이니 자연스럽잖아”

홍경래가 말하는 김선비는 김창시(金昌始)였다. 그는 박천의 유생으로 홍경래부대에 참가를 했다가 훗날 결정적인 순간에 배반을 하는 사람이었으나 아직까지는 홍경래에게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었다.
 “그러면 되겠군요. 김선비는 무청 세검정의 회원이기도 하니까요”

장봉사가 말하는 무청(武廳)은 의주 병마사를 말하는 것으로 정식명칭은 북관(北官)이다.
조선은 개국이래로 영장제도(營將制度)와 진관제도(鎭管制度)를 근간으로 한 5위(五衛)를 군사 체제로 하면서 조선의 가장 군사적 요충지인 의주와 동래에 북관(北官)과 남관(南官)을 설치 국방을 도모하고 있었다.
 “김선비가 무임이었나?”
홍경래가 물었다. 무임(武任)이란 말은 장교를 이르는 말이다. 북관은 조선의 중요 군사적 요충지에 설치된 군대인 만큼  정연한 군사 체계가 있었다.

 △중군(中軍) : 오늘날 사단장.
 △비장(裨將) : 참모장.
 △장관(將官) : 별장, 천총, 파총(把
                     總), 백총(百總) -
                     영관 장교.
 △군관(軍官) : 행수장교, 당무장교,
                     기고관(旗鼓官), 병
                     방장교, 별군장, 별
                     기위군관(別驥衛軍
                     官), 별무사군관, 토
                     포관(討捕官), 도장
                     (都將) - 위관장교.
  △군정(軍丁) : 일반 사병.

이 군사 편제는 조선군의 대표적 편제로 장관급 이상을 무관(武官), 장관급 이하 장교를 무임(武任)으로 부르는 것이 실제적 모습이다.
군관들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조선군은 기마, 궁수, 조총, 전차, 헌병, 의무, 수의, 군악, 종군(宗軍), 보급 등의 체계가 조직적으로 갖추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무슨 수의관이 있었나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조선군은 기마를 전력의 핵심으로 알았다.
말의 건강 상태와 부상의 치료는 중차대한 과제였고 그 속에서 수의학이 발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제마도 수의관 출신이다.

의주 북관 안에는 여러 군 시설이 있었는데 연무당, 훈련청, 기패관청, 분군관청, 별무사청, 총호위청, 마병청, 세검정(洗劍亭) 등이 질서정연하게 있어 조선의 정예군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무임은 아니나 향반들이 중군을 장악한 탓에 김선비도 세검정 회원이 된 모양입니다”
조선시대는 문무가 구별된 사회로 군대 조직의 최상위는 문관이 보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의주 북관의 중군도 문인인 이해우(李海愚)가 맡고 있었다.
 “잘 되었군. 중군에게도 연통을 넣도록 해서 박천 사또의 전횡을 막아봐. 아직 우리가 나서기에는 너무도 위험해”

홍경래는 장봉사에게 말을 한 후 멀찍이 따라오는 선아 쪽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순식간에 내려와 있었다. 숲 속에서 호(好)라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 왔다. 새나 짐승 소리는 아니었다. 군호(軍呼)였다.

약속된 군호에 답을 못하면 화살이나 조총 세례를 면치 못할 것이다. 목우산채가 가까운 것이다.

<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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